[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지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코로나19 백신 스와프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다음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향해 백신 협력에 대한 반대급부를 언급해 주목된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읍소
정 장관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미국 측과 백신 스와프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 중이라고 재차 밝히고 “미국도 국내 (백신)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입장을 저희한테 설명하고 있다.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미국은 이번 여름까지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한 국내 백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저희한테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대 정신에 입각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백신의 어려움을 (미국이) 도와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결단을 요구하는 메시지다.
▮美에 반도체·배터리 반대급부 시사
정 장관은 백신 스와프 타결에 따른 반대급부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백신 스와프란 개념보다 서로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과 협력할 분야는 백신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바이든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가 직접 나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반도체는 미국 측이 관심을 갖고 있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여러 협력 분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런 협력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미국 측과의 협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매우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보고, 제가 듣기에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상당 규모의 대미투자 이런 것들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 기업들의 미국과의 경제협력이 한미 관계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했다.
▮“일본 고압적 태도” 위안부 문제 맹비난
한편 이날 정 장관은 한일 관계,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우리 법원은 위안부 소송에서 종전 판결을 뒤집어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놨다.
정 장관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문제(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공개로 일본에 가서 협의했지만 일본의 협상 태도가 놀라웠다”며 “일관되게 자기주장만 하면 협상을 깨자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 장관은 또 “국가안보실장으로 있으면서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가 폐기됐다고 한 번도 말한 적 없다. 우리는 한일 간 합의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실적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자존심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놓고 일본을 설득하고 매우 현실적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정부 간 합의이기 때문에 한국이 지키지 않으면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어불성설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한국을 국제법을 위반하는 나라로 매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한일 관계 경색은 고압적인 협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일본 책임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