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항로 종합한 컨테이너운임지수, 사상 최초로 3000선 돌파
HMM, 분기 영업익 1조…SM상선도 작년 한 해 영업익 넘어설 듯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국내 해운업계가 모처럼 전성기를 맞았다. 경기 회복세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증가로 해상 운임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다. 덕분에 HMM을 비롯한 해운사들의 수익성 역시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기준 전주 대비 120.98포인트 오른 3100.74를 기록했다. SCFI가 30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당 수치는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특히 미주와 유럽 노선 운임은 크게 올랐다. 미주 서안 항로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56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5023달러를 찍었다. 미주 서안 운임이 5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주 동안 운임도 1FEU당 732달러나 뛰어오르며 6419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유럽 항로 운임은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4630달러로, 전주 대비 305달러 올랐다.
해상 운임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경기가 살아나고 글로벌 물동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에즈운하 사고까지 겹치며 지난달 말부터 운임은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운임이 치솟자 해운사들은 올해 깜짝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HMM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34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9808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HMM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일 것”이라며 “대부분의 컨테이너 선사에 대한 2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1분기 대비 줄어들 것으로 추정돼 있는 상황이다. 수에즈운하 길막 사고 이후 운임 반등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이 오히려 더 개선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SM그룹 해운 부문 계열사인 SM상선도 1분기 영업이익이 1200억원을 넘어서며 작년 한 해 영업이익(1206억원)을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M상선은 지난 1~2월 해운 부문 영업이익이 864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의 72%를 이미 달성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경기 회복세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선박 부족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분기에도 운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5월부터 새로 적용되는 1년 고정계약(SC)도 해운사들의 실적에 추가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해운사들은 1년 장기계약의 운임을 현재 SCFI 기준으로 정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 달 전만 해도 1분기 운임강세는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 평가 받았는데 3월 잠깐의 조정을 뒤로 하고 다시 반등하며 피크 아웃에 대한 우려를 뛰어 넘었다”면서 “2분기에도 컨테이너와 건화물 모두 기대 이상의 운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