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은 보건복지부와 협업으로 실시한 ‘치유농업 활동’이 치매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객관적·주관적 인지기능 향상과 우울감 개선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경도인지장애’란 일반적인 치매로 진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객관적인 인지기능 저하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인 약 167만 명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로 추정된다.
전국 256곳 치매안심센터에서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나 센터의 활동은 대부분 실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코로나19 전파 상황에서 운영에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자연이 주는 생명력과 계절 변화 관찰을 통해 대상자의 인지건강과 삶의 질을 높일 방안으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경도인지장애 노인 대상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 또는 관련 활동으로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사회의 건강을 꾀하는 활동과 산업을 말한다. 일반 생산농업과 달리 치유가 필요한 대상자 맞춤형 농업 활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이게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전라북도 광역치매센터와 협력해 정읍과 진안 지역 치매안심센터 노인을 대상으로 주 1회(회당 2시간) 총 10회기에 걸쳐 개발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결과, 치매안심센터에서 사용하는 인지기능검사(MMSE-DS)를 받은 대상 노인의 인지기능이 적용 전보다 19.4% 향상됐다. 특히 기억력과 장소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지남력은 각각 18.5%, 35.7% 향상했으며, 대상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기억장애문제(SMCQ)는 40.3% 줄었고, 우울감(SGDS-K)은 68.3% 줄어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
이는 치유농업의 소재인 식물자원을 가꾸고 활용하는 신체적 활동을 통해 감각 기관이 충분히 자극을 받으며 인지적, 사회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는 치매 관련 기관과 함께 치매안심센터 이용자를 위한 치유 공간을 조성하고 이를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이 관광, 체험, 교육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한 생활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올해 보건복지부와의 협력과제를 통해 ‘노인 인지건강 특화 치유농장’ 9곳을 육성하고, 전국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광진 도시농업과장은 “치유정원에서 햇볕을 쬐고,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감각 기관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자원을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과정은 경도인지장애 노인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삶의 여유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김지연 치매정책과장은 “코로나19로 우울감이 큰 시기에 치유농업 활동이 경증 치매 노인의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보건복지부도 치유농업 확산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읍시 치매안심센터 김성숙 과장은 “아직 치료약이 없는 치매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치유농업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혜자 씨는 “식물로 오감을 자극받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자주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