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야 수출 증가율 1위…영화·드라마·게임 ‘러브콜’
검증받은 IP·이미 확보한 팬덤…사업 위험성 낮아 ‘매력’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웹툰을 입은 콘텐츠. 문화사업 시장에서 통용되는 ‘성공 공식’이다. 검증을 마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고, 팬덤도 형성된 상태라 사업적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영상·게임 분야를 중심으로 웹툰 기반 2차 창작물 제작이 활발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 OSMU는 하나의 소재(원천IP)를 다른 장르에 적용, 파급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말한다. 원천IP를 유통하는 플랫폼에 맞춰 최적화된 형태로 재구성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콘텐츠 기업들은 ‘최소 투자 비용으로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전략으로 OSMU를 꼽고, 관련 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OSMU의 핵심은 매력적인 IP에 있다. 웹툰은 이미 시장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끝난 콘텐츠로, OSMU의 원천IP로 활용되기 충분하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성공한 웹툰 스토리를 차용해 재가공 된 상품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시장에선 ‘잘 짜인 세계관 하나가 기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웹툰이 OSMU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른 배경으론 ‘달라진 위상’이 꼽힌다. 웹툰은 서비스 초기 국내에서조차 ‘출판 시장의 아류’ 정도로 취급받기도 했다. 출판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작가들이 온라인을 통해 만화를 유통하고 있는 점을 평가 절하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 웹툰은 ‘K콘텐츠의 핵심’으로 자리해 신(新)한류를 형성하며 그 위상이 높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만화 부문 수출액은 3112만5000달러(약 35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7% 성장을 이뤘다. 이는 게임(10.0%)·지식정보(6.5%) 등 대표적인 비대면 관련 분야를 제치고 모든 장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의 이같은 성장을 일군 기업이다. 양사는 2000년대 초반 세계 최초 온라인 만화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고, 웹툰의 종주국을 이끌어 왔다. 웹툰이란 단어도 국내에서 만들어졌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 현재 100여개국에서 10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월간 이용자 수(MAU) 7200만명을 돌파했다. 올 1분기엔 거래액이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는데, 이 중 해외 비중이 20%에 달한다.
카카오 역시 일본에서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재팬이 고공성장 중이다. 픽코마는 올 1분기 전 세계 비게임 앱 중 전분기 대비 매출 성장률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픽코마 전체 작품 중 국내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이지만, 해당 작품의 차지하는 매출은 전체의 약 40%에 달한다.
웹툰의 인기 상승에 따라 2차 창작물을 만들자는 ‘러브콜’이 쏟아지는 추세다.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는 이제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여겨지고 있다. 가시적 성과는 영상 분야에서 먼저 나타났다.
‘스위트홈’과 ‘승리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스위트홈’은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웹툰은 9개 언어로 전 세계에 서비스되며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2억 건을 돌파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역시 공개 4일 만에 13개국에서 넷플릭스 차트 1위에 올랐고, 첫 4주 동안 전 세계 2200만 유료 구독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승리호’ 역시 개봉 하루 만에 인기 차트 세계 1위를 석권했다. 승리호는 영화 시나리오를 출발점으로 웹툰과 동시에 제작된 콘텐츠로, 작품 제작 초기부터 OSMU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힌다. 이 밖에도 △여신강림 △경이로운 소문 △타인은 지옥이다 △이태원 클라쓰 △모범택시 등이 웹툰을 영상화해 성공을 거뒀다. 또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멀리서 보면 푸른 봄 △알고있지만 △유미의 세포들 등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게임 산업에서도 웹툰의 인기는 뜨겁다. 팩토리얼게임즈가 출시한 ‘슈퍼스트링 with 네이버웹툰’은 최근 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신암행어사 △부활남 △테러맨 △신석기녀 등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양한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수집형 RPG게임으로, 시네마틱 영상과 히어로 조합 등의 재미 요소가 특징이다.
다야몬즈도 최근 아케이드 캐주얼 게임 ‘모죠의 일기:전운보초’를 출시하고, 웹툰 ‘호랑이형님’ 게임 판권을 확보하며 관련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 라인스튜디오가 ‘여신강림’을, 알피지리퍼블릭이 ‘스위트홈’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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