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국내 산업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 생태계가 마련, AI 강대국과 국내의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LG가 초거대AI 개발에 나섰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도 보유한 기술을 시장 곳곳에 적용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AI 나우’ 콘퍼런스를 통해 슈퍼컴퓨터 도입 후 AI 기술 성과와 추후 개발 방향성에 대해 공개했다. 네이버는 특히 자체 개발한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였다. 국내 기업 최초로 탄생한 이 초거대AI는 오픈AI가 지난해 공개한 초거대AI 언어모델 ‘GPT-3’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GPT-3의 경우 1750억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했으나, 하이퍼클로바는 2040억개에 달한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매개변수’로 그 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이퍼클로바는 GPT-3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학습한 모델이다. 영어가 학습 데이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GPT-3와 달리, 하이퍼클로바 학습 데이터는 한국어 비중이 97%에 달한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700페타플롭(PF)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도입,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인프라를 갖췄다. 네이버는 또 하이퍼클로바 개발을 위해 5600억개 토큰의 한국어 대용량 데이터를 구축했다.
LG역시 초거대AI 개발에 나섰다. LG AI연구원은 3년간 1억달러(약 1130억원)를 투자, 올 하반기 GPT-3의 3.4배 수준인 6000억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통3사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단순히 기술 보유를 넘어 생활 각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관련 산업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AI스피커 기반 돌봄 시스템 구축 △콜센터에 AI 기술 접목 등이 대표적이다.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통해 기술 고도화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집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소방청과 협력해 AI 스피커 누구 기반의 긴급구조 체계 고도화에 나섰다. 소방청이 AI 스피커 ‘긴급 SOS’ 기능을 통해 100여명의 어르신을 구조한 것이 계기가 됐다. ADT캡스·행복커넥트도 해당 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해 힘을 보탰다. SK텔레콤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긴급 SOS’와 소방청의 응급처치 서비스 ‘119안심콜’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SK텔레콤의 AI 돌봄 서비스는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가 시작된 2019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긴급 SOS’ 호출은 총 1978회에 달했다. 그중 119 긴급구조로 이어진 경우는 100회 수준이다.
KT는 AI 개발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KT는 최근 카이스트(KAIST)와 협약을 맺고 ‘AI·SW 기술 연구소’를 연내 공동 설립할 계획이다. AI·SW 기술 연구소는 △최첨단 인프라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 연구인력 △상용 서비스와 연구 현장을 아우르는 시설로 구축돼 ‘초거대 AI’ 연구·개발 등을 진행한다.
KT는 올해 초 AI2XL 연구소와 AI 로봇사업단을 신설하고 데니스홍 교수 등을 영입, AI 사업 가속화에 내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KT는 또 ‘AI 1등 대한민국’을 목표로 출범한 산학연 협의체 ‘AI 원팀’의 중심 역할도 맡고 있다. 해당 협의체엔 현대중공업그룹·한양대·한국전자통신연구원·LG전자·LG유플러스·한국투자증권·동원그룹·우리은행 등 굵직한 기업·기관이 함께한다.
LG유플러스는 AI콜센터에 집중하고 있다. LG CNS와 함께 AI콜센터(AICC) 솔루션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AI콜센터는 요청사항을 손쉽게 접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교적 단순한 해결방안의 경우 상담원 대신 AI콜센터가 답변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통신사업자로서 기업 고객사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LG CNS는 IT서비스 전문기업 역량을 적용한다. 양사는 LG AI연구원과도 개발 협력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