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시장 2위 한온시스템, 인수전 흥행…본입찰 8월 말 예상
현대차, 美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완료…정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M&A
쌍용차, 이달 말까지 인수의향서 접수…미래차 생산기지 새로 짓기로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산업 격변기 속 자동차업계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업체별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공조 시장 2위 한온시스템은 최근 새 주인을 가리는 예비입찰을 시작하며 M&A 시장의 대어로 떠올랐다. 본입찰은 8월 말~9월 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대상은 한앤컴퍼니(50.5%)와 한국타이어(19.5%)가 보유한 지분 70%이다. 매각 가격이 7조~8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등 국내 기업 최대 M&A 기록을 세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높은 몸값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공조회사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등은 인수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미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어서다.
현재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전환이 탄력을 받으면서 차량 열관리 솔루션에 경쟁력을 확보한 한온시스템의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다. 또 한온시스템은 일본 덴소와 함께 공조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생산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부품사이기도 하다. 공조 분야 3위 프랑스 발레오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데 이어 4위 회사인 독일 말레도 인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는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로봇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 지난해 12월 소프트뱅크그룹과 본계약을 맺은 지 6개월 만에 지분 80%의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번 거래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치는 약 11억달러(한화 약 1조2400억원)로 평가됐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부임한 이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이자, 미국 앱티브와 함께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에 20억달러를 투자한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사재 2490억원을 투자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20%를 확보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며 로봇사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작업을 끝낸 후 “로봇 신사업을 통해 인류를 위한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고객에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공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하면서 자율주행차, UAM, 스마트 팩토리 등과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28일 매각 공고를 내고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을 계획이다. 최근 쌍용차는 매각에 속도를 내기 위해 경기 평택공장을 42년 만에 매각하고 미래차 생산기지를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평택공장 이전 및 친환경차 전용공장 건설은 쌍용차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 경쟁력 확보 방안의 일환”이라며 “평택시와 공동협력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공장이전과 개발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가 파산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날 미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은 HAAH가 미·중 관계 악화에 따른 관세 부담, 자금조달 등을 이유로 조만간 파산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