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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지난 3월 충남 태안 신진항 정박어선 화재의 기억만큼이나 한여름 폭염 속 무더위가 강렬하다.
돌아보면 크고 작은 선박화재가 종종 발생했지만 지난 신진항 선박화재는 그 피해규모면에서 제일로 손꼽힌다. 관계 기관이 총출동해 소화작업에 임했으나 새벽 시간 강풍마저 지속되며 안타깝게도 인근 계류선박으로 화재가 확산, 30여 척의 크고 작은 어선과 선박이 전소되고 말았다. 그만큼 피해 당사자인 어민들의 속타는 마음은 지금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해양경찰에서도 평소 어선 등 선박화재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홍보 및 대처요령 교육 등을 실시하고는 있으나 이 같이 예상하지 못한 화재사고 발생으로 큰 피해가 발생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가끔씩 “반복되는 선박화재, 무엇이 문제고 어떤 대처가 효과적일까?”라는 물음이 뇌리속에 메아리 치듯 떠오르곤 한다.
바닷가 항포구에 정박되어 있는 어선 등 대부분의 소형선박은 유조선, 상선 등 대형 철제 선박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가볍고 불에 타는 강화플라스틱섬유(FRP)로 이뤄졌다. 게다가 선박유 등 가연성 선용품이 많아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이번 신진항 화재도 정박 선박 대부분 FRP 선체인데다 봄철 조업 준비로 많은 항해 유류와 스티로폼 등 각종 가연성 어구를 적재해 그 피해가 규모가 커진 원인 중의 하나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러한 선박화재의 경우 화염이 번지기 쉽고 강한 불길에 가까이 접근조차 어렵운데다 다량의 유독가스 발생으로 현장의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은 실로 매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내부 작업실이나 침실에서 갇혀 탈출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면 선박화재의 효과적인 예방과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선박화재의 경우 평소 구체적인 대비대응 방법을 잘 모르거나 관련 안전을 소홀히 해 우연히 발생한 작은 불씨가 큰 화마로 번지며 막대한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이어지면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엇보다 선박소유자는 물론 선원 등 관계자 모두 설마하는 요행의 생각을 버리고 항상 스스로 자체적인 화재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불행한 화마의 변(變)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멀어질 것이다.
선박 관계자의 화재안전 의식 강화를 위한 소방교육과 함께 자체 소방시설의 설치 및 꼼꼼한 점검도 매우 중요하다. 화재 초기발견과 초기대응이 중요하므로 적어도 선내에서는 언제라도 사용 가능한 소화기를 여러 장소에 갖추어 초기 화재진압에 대비한다면 큰 화재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한가지 더, 선박에서 용접 작업 시에는 가급적 주간에 실시하고 야간작업은 피해야 한다. 불가피한 야간작업의 경우에는 안전관리 인력과 안전장비 및 시설을 더욱 꼼꼼히 갖추고 진행해야 한다. 앞서 말한대로 선박에는 인화성이 강한 내장재가 많아 용접 불꽃이 튀면서 발화되기 쉽고 짧은 시간에 화염에 휩싸이기 쉬워 인명과 재산 피해 위험성이 항상 가까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삼가야해야 할 ‘나홀로 작업’의 경우 화재 긴급대처에 시간이 걸리고 신고도 늦어져 큰 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나라 소방기본법상 항구에 매어둔 선박은 소방대상물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면서도 부두는 건축물이 아니어서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소방기관에서 신속한 화재진압 대응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두 번 다시 신진항 선박화재와 같은 비극이 이 나라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소방당국을 비롯해 항포구 관련 기관들이 부두 소방시설에 대한 공적투자를 확충하는 등 철저한 보완적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 해양경찰도 지자체, 소방 등 관계기관과 함께 선박화재 대응 시스템 개선을 고민하고 선박 관계자의 인식 강화를 위한 교육 훈련을 강화하는 등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난 3월 잊지못할 아픔을 되새기며 안전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국민 한 분 한 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맘속 거듭 다짐해 본다.
태안해양경찰서 경비구조과 경위 백경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