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4사 영업익 합계 3조8000억원, 역대 최대…기존 기록 2배
위생·의료용품 수요 폭증 ‘코로나19 특수’에 올해 초 美 한파 영향 지속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이를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며 호황기를 이어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2분기 75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527.3% 증가한 수치다. 이는 1970년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 1분기(영업이익 6125억원) 기록보다 1400억원 이상 더 벌어들인 실적이며, 지난해 한 해 동안 거둔 영업이익(7421억원)보다도 많다.
롯데케미칼도 2분기 59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704.5% 증가한 호성적을 받아 들었다. 지난 1분기 실적(6238억원)보다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이번 분기에 발생했던 대산공장 간이 보수로 1개월 가동 중단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실적이 더 좋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업계 1위 LG화학도 2분기에 역대 최대인 2조23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올해 연말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이 같은 실적을 내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할 수 있었다.
한화솔루션도 마찬가지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며 22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분기 국내 주요 화학 4개사의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총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4사 영업이익 합계 기존 최고 기록인 2017년 3분기 1조8289억원의 2배 수준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델타변이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방역 재강화 조치가 역설적으로 석화업계에는 ‘코로나19 특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특수’로 위생용품·일회용품·의료용품의 사용량이 전 세계적으로 폭증했고, ‘집콕’의 확산으로 가전제품·인테리어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제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위생·의료용 장갑 소재인 ‘NB라텍스’ 설비를 증설하는 등 시장 수요를 예측해 기민하게 선 대응하기도 했다.
올해 초 미국 동남부에 불어 닥친 한파의 영향으로 석유화학 생산설비가 멈춰 섰던 것도 제품 스프레드(마진)를 올려 국내 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해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이 정점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미국의 설비 가동률이 높아졌고 현재의 호황을 목격한 중국 업체들의 증설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면 스프레드도 서서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배럴당 30~40달러에서 최근 70달러 선까지 오른 국제유가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일련의 하방 압력을 ‘코로나19 특수’가 어느 정도 지탱할 것으로 전망되고, 코로나19 이후에도 현재의 생활 방식이 오랜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석유화학 호황이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예상보다 오랜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유럽의 시황 호조는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서플라이 체인 상의 각종 병목현상이 해소되고 아시아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 석유화학 시황도 강한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