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지 않고도 세금 줄일 수 있어
`8.31 부동산대책’ 발표가 코앞에 다가옴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크게 늘리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대책 이전에 집을 서둘러 팔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과연 파는 것만이 능사인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도 많은 실정이다. 이럴때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임대수입에 시세차익은 물론 양도 및 보유세제 중과를 피해갈 수 있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려해 볼 만하다.
기존 임대사업자, 추가등록 고려해 볼 만
서울에 아파트 6채를 가지고 있는 이상민(56, 남)씨. 1가구 3주택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해 지난 2003년 10월 28일 4채는 주택임대사업 대상 주택으로 등록하고 2채는 본인과 아들이 거주하며 보유 중이다. 그러다 이달 말 고강도 세제 강화 정책을 앞두고 지금의 조건으로는 세금 중과를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을 기준시가 9억 원 이상에서 6억 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한다는 소식에 이어 1가구 2주택까지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 60% 중과 도입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는 양도세 및 보유세 중과가 두려워 추후 가격 상승 여력이 충분한 아파트를 지금 팔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그는 아들이 살고 있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집을 임대사업주택으로 등록했다. 이 씨는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한가람 건영아파트 43평형 한 채만 남김으로써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 아파트는 국세청 기준시가 5억 6,000만 원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팔게 될 경우 양도소득세 역시 일반 세율을 적용받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2000년 매입 당시 5억 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각종 호재에 힘입어 현재 9억 원 이상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지금 매도를 한다고 하면 4억 원 이상의 양도 차익이 나지만 그가 내는 세금은 주민세 포함해 1억 1,100여만 원뿐이다. 반면 앞으로 강화되는 소득세법에 의해 임대사업자로 추가 등록을 안 한다면 2주택 보유만으로도 60% 중과에 15% 탄력세율이 적용, 주민세까지 포함할 경우 양도차익의 8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법 개정 후 2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와 누진공제도 적용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금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 씨가 부담해야 하는 양도세는 2억 8,600여 만 원. 간단한 임대사업자 추가 등록만으로 1억 7,500여만 원의 절세 효과를 보는 셈이다.
2채 이상이면 임대사업 가능
5채 이상돼야 양도, 보유세 감면 혜택
초저금리 시대 고정적인 수입을 얻는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던 주택임대사업이었지만 보유세 및 양도세가 강화되며 이 씨와 같이 절세 수단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법에 의해 2채 이상의 주택을 간단한 절차에 의해 신고만 하면 등록할 수 있다. 임대사업은 건설임대사업과 매입임대사업 두 종류로 나뉘는데, 건설임대사업자는 임대를 목적으로 집을 짓거나 미분양분 아파트를 매입 후 임대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개인이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대부분은 기존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시작하는 매입임대사업자들이다. 2채 이상이면 임대사업자 등록은 가능하나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조금 더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된다. 지난 2003년 10월 29일까지 기존 매입임대사업자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기준시가 3억 원 이하 주택 2채를 5년 이상만 가지고 있으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돼 2003년 10월 30일부터 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는 기준시가 3억 원 이하(전용 25.7평 이하) 주택 5채 이상을 10년 넘게 가지고 있어야만 중과되지 않는다. 한편, 건설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매입임대사업자보다 유리하게 과세된다. 전용면적 45.2평 이하 주택까지 임대 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기준시가 규정도 따로 없다. 2채 이상으로도 5년 이상만 임대사업을 하면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종부세도 양도세와 마찬가지로 일정 기준에 맞는 주택은 합산에서 배제, 종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매입임대사업의 경우 전용면적 25.7평 이하 5채를 10년 이상, 건설임대사업은 전용면적 45.2평 이하 2채를 5년 이상 임대를 해야 하는 것은 같지만 지방세 전자는 시가표준액이 3억 원 이하여야 하며 후자는 6억 원 이하여야 한다. 보통 지방세 시가표준액이 시가의 50% 미만임을 감안할 때 고가의 주택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종부세를 피해갈 수가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인한 세금 감면은 임대주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 1채까지 종부세, 양도세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임대주택은 세법에서 예외 규정으로 구분되고 거주 주택만을 주택보유수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 씨의 경우처럼 본인 거주 주택을 제외한 다른 집을 모두 임대로 전환시켜 놓을 경우 다주택자임에도 불구하고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합산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단, 엄밀히 따져 양도세의 경우 1가구 1주택자가 아니므로 3년 보유, 2년 거주(서울 등 7대 도시를 제외한 지방은 3년 보유)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1가구 1주택 비과세 특례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마철현 세무사는 “임대사업은 다주택자가 합법적이고 효과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세금 감면 혜택과 더불어 주택 공급이라는 사회적 장점까지 갖추었지만 오랜 기간 자금이 묶이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기존 임대사업을 하던 사람이 1가구 2주택 중과를 피하기 위해 주택을 추가할 경우 추가한 날로부터 새로 임대기간이 계산되며, 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감면받았던 세금이 추징되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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