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日·대만 적극 호응
인텔 20조+110조 투자, TSMC 미국 공장 건설 추진
마이크론 기술력·키옥시아 인수설, 韓 메모리에 위협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들의 새판 짜기에 우리나라 반도체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본, 대만 등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VC) 핵심 나라들이 공급망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화두를 던진 것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초청해 직접 웨이퍼를 들고 나올 정도로 미국의 핵심 정책 사안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회사(팹리스) 위주인 미국은 자국 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요구하며 생산 기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백악관 요구에 적극 호응한 기업이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다. 인텔은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 이어 110조원을 들여 유럽 공장 2곳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TSMC도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나서면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일조하고 있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주도의 시장 재편을 기회로 반도체 산업 재기를 엿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한 축을 담당하는 일본은 TSMC 연구센터 유치를 통해 대만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미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의 공급망 및 핵심기술 육성·보호에 협력하기로 논의했다.
미국발(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2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인텔과 TSMC와 힘겨운 점유율 전쟁에 나서게 됐다. 압도적 점유율 1위의 대만과 자국 팹리스 기업을 등에 업은 미국을 상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1위 도전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 리더십도 도전받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지난해 세계 최초 176단 낸드플래시 출시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세계 최초 양산을 시작했다. 미국 기업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기업 키옥시아의 인수·합병도 위협이다. 두 기업이 합쳐질 경우 삼성전자의 글로벌 1위 시장 점유율을 거의 따라잡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일본과 대만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장기적 전략과 적극적인 투자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