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제친 삼성, 올 2분기 반도체 글로벌 1위 기업 복귀
인텔의 반격… 파운드리 20조, 유럽 공장 110조 투자 발표
삼성, 파운드리 공장 건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와 협상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삼성전자와 인텔의 글로벌 반도체 1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인텔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 기업은 수십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에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에 202억97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 글로벌 1위에 오른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11분기만이다. 반면 10분기 연속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던 ‘반도체 제국’ 인텔은 193억 달러 매출을 기록해 2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자존심이 구긴 인텔은 대대적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110조원을 투자해 유럽에 반도체 공장 2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7일 글로벌 최대 모터쇼 IAA(독일국제자동차전시회)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최대 800억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해 유럽에 최소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추가 공장 건설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겔싱어 CEO는 “인텔이 확보한 유럽 부지는 공장 8곳을 지을 수 있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인텔은 올해 겔싱어 CEO가 복귀한 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겔싱어 CEO는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복귀를 선언했다. 23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야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텔이 4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섰던 것이다. 인텔이 배팅했던 금액은 300억 달러(34조2600억원)로 추정된다. 현재 글로벌파운드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기업공개) 신청서를 내면서 인텔의 인수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다. 그럼에도 겔싱어 CEO는 “인텔은 적극적인 인수자”라며 “인텔이 반도체 산업에서 M&A 등의 통합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1위 수성에 나서는 삼성전자도 초대형 투자로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171조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프로젝트 ‘반도체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도약이 목표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할 경우 삼성전자는 명실상부 인텔을 제치고 종합 반도체 1위 회사로 등극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미국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 테일러시와 반도체 투자 관련 논의를 가졌다. 테일러시 지역매체에 따르면 윌리엄슨 카운티와 테일러시는 합동 회의를 열고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 등을 담은 인센티브 결의안을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삼성전자와 윌리엄슨 카운티의 합의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 1월31일까지 최소 600만 평방 피트(55만7418㎢) 규모 반도체 공장 시설을 건설하고 정규직 일자리 1800개를 제공하기로 했다. 카운티 측은 이 조건이 충족되는 것을 전제로 삼성전자가 처음 10년간 납부한 재산세의 90%를 환급하고, 그 다음 10년 간은 85%를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로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 제네시카운티 등 5곳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초대형 투자를 앞세워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성장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