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법 마냥 기다릴 것 아냐... 지방정부도 정책 사각지대 보완 가능”
이재준 시장,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100% 지급 이어 ‘전 국민 지급’ 건의
비수도권은 소득상위자 비율 4~7% “추가 재정부담 크지 않아”
[매일일보 김승환 기자] 이재준 고양시장이 16일, 각 지자체의‘보통교부세’를 활용해 현재 소득 하위 88%에만 지급되는 정부 재난지원금(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전 국민으로 확대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이재준 시장은 이날 언론매체를 통해“우려했던‘재난지원금발’국민 갈등과 선별비용 발생이 결국 현실화됐다며, 정부 재정 여건상 전 국민 지급이 어렵다면, 지방정부가 나머지 12% 주민들에게 추가 지급해 정책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올해 보통교부세 51조 원이 전국 지방정부에 지급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각종 사업이 연기·중단되면서 연말까지 지출이 어려워진 경우가 많다.
이 재원을 나머지 12%를 위한 재난지원금으로 활용한다면 재정 부담이 한결 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교부세는 지자체 간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에서 매년 각 지자체별로 차등을 두고 지원하는 돈이다.
특별교부세와 달리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일종의‘예비금’이다.
올해 총 51조 원의 보통교부세가 2차례에 걸쳐 지급됐는데, 주요 광역시의 경우 1조원 이상을 교부받았다는 것.
수도권 인구의 58%를 차지하는 경기도는 이미 자체 재원을 투입해 전 도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키로 했다.
남은 것은 비수도권인데, 이 역시 추가지급에 따른 재정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소득상위자’비율은 수도권의 경우 약 2~30%에 달하지만, 비수도권은 4~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안은 재난지원금의 형평성 논란에 따른 것이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정부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나는 왜 돈을 받지 못하냐”“왜 내가 소득상위자냐”는 이의신청이 11만 건을 넘어선 상황이다.
실제 지급업무를 담당하는 기초지자체들은 폭주하는 항의에 업무 마비를 겪고 있다.
이들 88%와 12%의‘운명’을 가른 기준은 지난 6월 냈던 건강보험료다. 이 보험료는 작년 소득 등에 따라 산정됐다.
때문에 올해 초부터 9개월 간 시시각각 변동된 코로나 여파를 제대로 담아낼 수 없었다.
폐업하거나 매출이 줄어든 업소, 실직한 노동자가 그 사이 속출했다.
또한 건강보험료는 재산이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 많은 가구일수록 불리하다.
매달 꼬박 월급을 받는 맞벌이 부부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반면, 당장 가처분소득은 없지만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자산가는 지원금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의신청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급대상을 소득하위 88%에서 90%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재준 시장은“90%가 91%보다 죽을 만큼 힘든 것도 아니고, 91%라고 항의 안 한다는 법도 없다.
소득으로 지급대상을 나누는 이상 경계선은 생기고, 억울한 사람은 존재한다. 이를 모두 수용하다 보면 지원대상은 100%까지 늘어날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한 희망고문 과정에서 선별비용과 행정력 낭비도 비례해 늘어날 것”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굳이 주어서 분란을 유도할 지원금이라면 주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러나 주기로 결정했다면 모두 다 주는 것이 맞다.
당초 지원금의 취지 역시‘국민 사기진작과 위로’차원이다.
‘상생국민지원금’이라는 이름에 맞게 온 국민이 분열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지원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준 시장은“이제는 내가 맞냐, 네가 맞냐를 다투는‘정치적 셈법’보다, 선별비용과 갈등을 최소화하는‘국민을 위한 셈법’이 필요할 때다”라며“중앙정부의 역할은 예산 편성으로 이미 마무리됐다.
2년 가까이 장기화된 코로나 후유증 앞에, 이제 시민의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지방정부의 시의적절한 도움과 판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준 고양시장은 앞선 7월 26일, 광명·파주·구리·안성 4곳 시장과 함께 경기도에‘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최초 건의한 바 있다.
이 제안을 2주 만에 경기도가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재원 90%는 도에서, 나머지 10%는 각 시·군에서 부담키로 함으로써 모든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성사됐다.
이와 같은 고양시의 발 빠른 판단과 대응은 작년 1차 정부재난지원금 당시의 ‘시행착오’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당정은 소득하위 80%에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가닥을 잡았다가, 막대한 선별비용과 국민 분열 조장이라는 여론의 비난에 부딪혀 보편지급으로 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