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로벌 트리플 악재, 퍼펙트 스톰 막아낼 방파제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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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트리플 악재, 퍼펙트 스톰 막아낼 방파제 점검을
  •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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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계가 빨라지고,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경기침체 + Inflation 물가상승)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 디폴트(Default | 채무 불이행) 우려가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 올리면서 이른바 글로벌 ‘트리플 악재’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한편, 국내에선 생산, 소비, 투자의 ‘트리플 감소’에다 코로나 4차 유행에 실물경제가 먹구름에 휩싸이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集团) 그룹의 파산 위기사태와 역대급 전력난 그리고 미국 중앙은행의 테이퍼링(Tapering | 양적 완화 축소) 예고는 한국경제에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해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가 사그라드는 등 국내외 경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헤이든 파월(Jerome Hayden Powell) 의장은 지난 9월 28일 의회에 출석해 “물가 상승이 우리의 예측보다 강도가 세고 지속 기간도 길다.”라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던 종전 입장과 달라진 대목이다. 반면에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재닛 루이즈 옐런(Janet Louise Yellen) 미 재무장관은 “10월 18일까지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올리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미국은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은 헝다(碧桂园) 사태와 전력난 위험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올해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으로 기준(50)을 밑돌아 전월 50.1에서 0.5포인트 떨어지며 1년 7개월 만에 경기 위축 국면에 돌입했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 9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0.2%), 소비(-0.8%), 투자(-5.1%) 지표가 지난 5월 이후 3개월 만에 모두 감소세로 돌아서 ‘트리플 하락세’를 보였다. 백신 접종 관련 수요로 공공행정 등에서 생산이 증가했지만,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따라 서비스업과 광공업 등의 생산이 줄었고, 이에 따라 소비나 투자도 부진한 모습으로 코로나19 4차 확산의 영향이 실물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이는 대목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에서도 제조업 9월 업황(BSI)은 90으로 전 월에 비해 5포인트 하락하였으며, 다음 달 업황전망(BSI) 93도 전 월에 비해 3포인트 하락하였고 비제조업 9월 업황(BSI)은 79로 전 월에 비해 2포인트 하락하였으며, 다음 달 업황전망(BSI) 81은 전 월과 같았다. 국제유가와 물류비 상승 등으로 업황이 나빠졌고, 다음 달에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기업들이 평가한 것이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지만 국내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는 암울한 경제 현실이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Liquidity |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 탓에 자산 가격 거품이 심해 작은 충격에도 버티기 힘든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9월 3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 재정·통화·금융 당국 수장들이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서둘러 개최한 것도 최근 경제 환경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가계부채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의 경우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폭넓게 모색하겠다.”라며, ‘가계부채와의 전쟁’인 ‘대출 규제’ 외에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 경제 수장들이 내놓고 있는 경고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30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와 같은 위험요인들은 확실하고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9월 27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금 자신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변동성이 큰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자칫 ‘밀물이 들어오는데 갯벌로 들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경고했으며,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 6일 ‘취임사’에서 “퍼펙트 스톰(Perpect Storm | 초대형 복합 경제위기)”을 언급한 데 이어 9월 28일 ‘임원회의’에서도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라고 재차 우려했고,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월 기재부 제2차관 재직 시 “미래 세대의 부담인 국가 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재정 지출은 늘고 세수가 줄면 국가 재정 그래프가 악어 입 모양으로 벌어지는 상황)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퍼펙트 스톰(Perpect Storm)’은 1997년 서배스천 융거(Sebastian Junger)가 쓴 소설의 제목이자 2000년에 조지 클루니와 다이앤 레인, 마크 월버그가 출연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퍼펙트 스톰(Perpect Storm)’은 실제로는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폭풍 중의 하나였는데, 풍속은 시속 120km에 달했고, 바다에서의 파고는 12m에 달했다는 공포스러운 사건이었다. 본래 기상용어로 개개의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초강력 폭풍을 말한다. 경제용어로는 여러 나라에서 재정 위기・경기침체・자연재해 등 다양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거대한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을 말한다. 어둡고 비관적 경제 전망을 자주 내놓아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을 가진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 교수가 쓰기 시작한 말이다. 다시 말해 태풍 자체는 위력이 크지 않은데 또 다른 자연현상과 충돌했을 때 폭발력이 커지는 현상으로 최근 금융시장에 다양한 리스크가 한꺼번에 몰려온 상황을 빗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유동성 파티가 끝난 뒤 몰아닥칠 퍼펙트 스톰에 대비해 튼튼한 경제 방파제를 쌓았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경제 충격 영향으로 준비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 9월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에 담은 ‘2020년 한계기업 현황 및 주요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외부감사기업 2만2,688개 가운데 한계기업(Marginal Firm)은 3,465개로 전체의 15.3%를 차지했다.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과 비교해선 0.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돈을 벌어 이자를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통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그야말로 태풍을 막을 튼튼한 방어벽이 없는 실정인 셈이다.  그런 데다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리스크 요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급부상할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퍼펙트 스톰’이 생길 수 있으므로 리스크들을 면밀하게 살피고 촘촘히 점검하고 문제점을 도출하고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다행히도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29일(수)부터 매주 ‘대내외 리스크 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금융시장 상황 및 금융권 외화 유동성 상황 등을 심도 있게 점검할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적시성 있는 감독 대응을 모색할 계획이다. 물샐 틈 없는 경제 방파제와 철벽 경제 방어벽 구축에 총력을 경주해야 할 엄중한 시점임을 명찰하고 경제 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갈 방안과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現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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