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의 성공이 가시화 됨에 따라 코로나 종식이 앞당겨 질 것이란 희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의 사용률이 낮아지는 등 그동안 개발에 속도를 올리던 백신마저 중요도가 떨어지 가능성이 우려된다.
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머크는 미국 생명공학기업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한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율과 사망률을 절반가량 줄였다는 임상 3상 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정맥 주사 형태의 기존 항체치료제 ‘렘데시비르’와 달리 알약 형태로 된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는 전 세계 코로나 종식 선언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머크는 몰누피라비르의 임상이 마무리되는 되로 전체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적인 소식 속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그간 경구용 치료제 보다 가격이 비싼 항체치료제와 국산형 백신 개발에만 총력전을 펼친 나머지 복용 편이성을 고려한 치료제 개발에는 미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코스피 의약품 업종지수는 전일 대비 7.99% 하락한 1만7171.89을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대표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각각 7.20%, 12.10% 급락했으며 셀트리온 계열 주식인 셀트리온헬스케어(12.84%), 셀트리온제약(10.21%) 등도 동반 하락했다.
또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대웅제약은 5.59%, 제넥신은 6.03%, 크리스탈지노믹스는 5.16%씩 하락하는 등 기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3상 중간 결과 발표를 보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항체 치료제 대비 낮은 약가가 예상된다”면서 “이에 따라 셀트리온의 코로나 치료제인 렉키로나의 하반기 매출을 보수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머크의 백신 유통을 담당하는 HK이노엔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 임상3상을 준비 중인 신풍제약은 긍정적인 시장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일제히 기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전략을 ‘복용 편이성’에 맞추고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인할론 바이오파마’와 함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흡입형 치료제로 제형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진원생명과학 역시 코로나19 치료제를 흡입형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다만 몰누피라비르가 게임체인저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앞으로 코로나19 현황을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도 존재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머크의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많지만 5일간 알약 40개를 복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0달러(약 80만원)로 비싸다 보니 범용으로 쓰이긴 어렵고, 고위험군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투여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재개를 위한 ‘게임 체인저’라고 보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전망과 달리 아직 낙담하기는 이른 시점이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코로나19 개발 정책을 위드 코로나에 맞춰 치료제 및 의약품 개발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