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정부의 주먹구구식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경영계에 좌절감만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심의·확정했다. 앞서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 참석하에 2차 전체회의를 열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 상향안을 의결한 바 있다. 탄중위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에너지전환의 가교로서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부 남길 수도 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인 석탄발전은 ‘단계적 퇴출’을 명문화했다.
정부가 자신 있게 설계한 이 시나리오에는 2030 NDC는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하는 계획이 담겨있다. 이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26.3%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한 것으로, 연평균 감축률로는 4.71%에 해당한다. 유럽연합(EU) 1.98%, 미국 2.81%, 일본 3.56%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NDC상향 등 종합적인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부의 이번 초안과 달리 재생에너지 수용증대를 위한 신기술 확보도 없어 구체성이 부실하다는 평가다. 실제 탄중위가 의결한 당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세부 산출근거자료에 따르면, 탄중위는 재생에너지 수용증대를 위해 재생에너지 정밀 예측·제어, 수소 터빈 개발 등 5개 분야 24건의 세부 과제를 필요기술로 선정했다.
특히 24개 기술 중 동북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축 등 15개 기술은 국내 수준이 유럽 등 선진국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선진국의 90%대 수준을 갖춘 기술은 설비 과부하 관련 2건 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수준의 신기술 확보 없이 지금 방식대로 신재생 공급을 늘릴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전력생산의 25%를 풍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영국에서 최근 바람이 불지 않자 발전량이 줄어 전기요금이 1년 만에 7배로 치솟았다. 이 외에도,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서두르는 만큼 우리나라도 ‘기후에너지부’(가칭) 신설과 관련한 정치권 공약과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태다.
무엇보다 경영계는 정부의 NDC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논평을 통해 “탄중위가 사회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영향 분석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에 유감을 표한다”며 “급격한 변화가 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해외이전,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의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2030년까지 대체 연·원료의 개발과 탄소저감 기술의 상용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NDC 상향이 중소기업계의 비용부담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온실가스 배출 등 명확한 실태를 파악해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마련,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의 탄소감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