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 규모 투자 확정…이 부회장 지휘 아래 투자 막힘 뚫려
테일러시 신규 라인 첨단 공정 적용, 2024년 하반기 가동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삼성전자의 ‘투자시계’가 빨라졌다. 이재용 부회장 복귀 후 삼성이 발표한 총 240조원 투자 비전 중 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반도체 투자계획이 확정됐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면서 삼성전자 내 유보됐던 100조원이 넘는 현금도 막대한 기회비용을 야기했으나 그러한 막힘이 뚫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미국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선정 사실을 발표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한화 약 20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돼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I, 5G, 메타버스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 공정 서비스를 더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미국 출장 기간 현지 백악관 핵심관계자들과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반도체 공급망과 인센티브 정책 등을 논의한 뒤 내린 결정이라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에서 그룹 총수의 역할이 부각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 지휘 아래 삼성이 본격적으로 투자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서 차기 투자 행선지도 관심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투자와 함께 중국 시안 메모리 증설 투자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4분기부터 메모리 시황이 둔화되면서 중국 투자는 미뤄질 듯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설비 투자 계획에 대해 한동안 수급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다. 미국이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EUV) 도입을 반대하는 등 미중 분쟁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설비 투자 외 인수합병(M&A) 투자 대상도 고르고 있다. 올해부터 3년 내 M&A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전장사업 분야 입지를 넓히기 위해 자동차 반도체 업체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또다른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