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최근 간호법 제정 관련 의료계와 간호협회 등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가 간호법 심의 보류를 결정하면서 적대적 상황은 피했지만 직역간 대치 정국은 지속되고 있다.
간호법은 고령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간호인력의 중요성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법률 미비 등으로 간호인력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법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 등 5대 의료인 관련 법 조항이 하나로 묶여 있는데, 이 중 간호사와 관련한 법률은 1951년 제정된 의료법에 끼어 있을 뿐 아니라, 11개 부처에서 간호사와 관련된 정책을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등 대부분 전문직종은 단독법이 존재하지만, 간호사는 간호법이라는 독립된 법안이 없어서 업무의 영역 자체를 규정하기 힘들었다.
우선 대한간호사협회는 간호 업무를 명확히 하고, 양질의 간호인력을 교육 및 수급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에서 간호사를 분리해 독립된 법안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으로 간호사 1명당 담당 환자 수,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영역 분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을 포함한 비의료인의 업무영역 분리, 조직문화 개선 등을 통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현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사 업무범위인 ‘진료의 보조’를 간호법에는 ‘환자에 필요한 업무’로 새롭게 규정하는 내용에서 발생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를 비롯해 치과의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10개 보건의료단체는 환자에 필요한 업무라는 포괄적인 업무범위를 법제화할 경우 간호사의 요양원 단독 개원 등 보건의료체계 혼란과 붕괴를 우려했다.
간호조무사협회와 요양보호사 단체들 역시 반발이 극심하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안에 담긴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를 간호사의 지도 및 감독하에 두도록 한다’는 부분이 현재 발의된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위에 간호사가 군림하며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잘못된 법제화로 인한 직역간의 갈등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간호사, 의사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그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실제로 간호법은 지난 3월 복지위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조산법 등 3건을 병합심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작년부터 코로나19 환자들을 도우며 영웅이 된 간호사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이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다만 좋은 취지 속에서 보이기식 행정을 벌인 결과 소통은 결여됐고, 코로나 상황 속 나머지 의료인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무시되는 결과만 낳았다.
간호사와 의사는 누가 더 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의료체계 속 상호보완적 관계다. 군대로 치면 부사관과 장교의 관계다. 하지만 지금껏 한쪽이 너무 강한 것 같다며 다른 쪽에 강력한 힘을 쥐여준다고 형평성이 맞춰질 것이란 사고는 문제 해결보단 새로운 갈등을 키우는 굉장히 위험한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