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법률 무시현상 등으로 실패한 대통령 기록 가능성 많아
광주지방변호사회 이정희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은 ▲안보의 불확실성과 경제정책의 실패 ▲소모적인 이념논쟁과 가치관의 혼란 ▲특히 헌법과 법률의 무시현상 등으로 인해 실패가 많은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정희 회장은 지난 24일 발간된 광주변호사회보(제76호) 시론에서 우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역경을 극복하면서 극적으로 대통령이 된 ‘코리안 드림’의 상징으로 많은 국민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게 됐다”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순수하고 도덕적인 대통령으로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리라 믿었다”고 운을 뗐다.이 회장은 “그러나 임기 절반을 넘은 현재 남은 것은 한없는 허무함뿐”이라며 “가장 깨끗한 대통령이라 생각했기에 측근들의 부패에 실망할 수밖에 없고, 일관된 정책을 기대했기에 변화무쌍한 대통령의 말과 도박하듯 하는 정치와 자꾸만 뒤집혀지는 정책에 불안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자는 늘어가고, 소득 양극화로 추락하는 중산층과 빚에 몰린 서민들의 절망감으로 OECD국가 중 자살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탈권위주의와 권력분산, 돈 안 드는 선거문화 정착 등은 노 대통령의 업적이라 평가할 수도 있으나 이대로 간다면 업적보다는 실패가 많은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는 나타냈다. 그는 실패가 많은 대통령이 될 가능성에 대해 헌법과 법률의 무시현상 등 여러 가지 요인에서 찾았다. 가장 먼저 이 회장은 “안보의 불확실성과 경제정책의 실패”라며 “이 두 가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데 안보문제는 삐걱거리는 미국과의 관계, 믿을 수 없는 중국과 일본, 폐쇄적이고 위험한 북한과의 사이에서 국민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제는 더 말 할 나위도 없는데 이상적인 인권보장헌법을 가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도 결국 경제침체로 무너지고 만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오늘날 민주화세력이 그토록 비판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기가 오히려 올라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소모적인 이념논쟁과 가치관의 혼란”을 꼽으면서 “참여정부 출범이후 가진 자와 없는 자, 보수와 진보, 세대간의 대립과 분열을 낳았고,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연정제의를 하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노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해 열린우리당의 정체를 스스로 부정해 버린 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이 회장은 “(노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의 무시현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노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당할 때도 대통령으로서 선거중립의무를 위배하고 있었고, 대통령령으로 구성된 각종 위원회는 사실 법적 근거도 없고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대량 사면도 문제인데 사면권이 남용되면 ‘법집행의 무력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법치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더욱이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통치권력을 한나라당에 대폭 이양하겠다는 연정제의는 위헌이라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이며, 도청 테이프 공개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위헌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더 나아가 노자의 도덕경을 인용하면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간다고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무책임하고 나약한 지도자가 돼 버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대통령 못해먹겠다’부터 ‘처음부터 레임덕이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허약한 존재다’ 등 푸념은 끝이 없고, 모든 잘못된 것을 주위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것은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고 정책혼선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단지 과반수에서 4석이 부족한 제1당의 집권당도 장악하지 못하고, 상대당도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스스로 리더십이 부족함을 시인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덧붙여 “‘대통령이 또 무슨 말을 할지 아슬아슬하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때가 조용하고 편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간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이제 노 대통령의 임기는 절반도 남지 않았지만 실패한 대통령은 대통령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불행이기 때문에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이제라도 노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저변에 깔린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 하면 국민을 편하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할 수 있을까하고 노심초사하는 겸손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 신종철 <매일일보 법조기자 겸 로이슈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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