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 “정 회장, 사고 책임 통감… 거취 문제 숙고 중”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등 논의, “이르면 금주 중 결단” 전망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조만간 자신의 거취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재계와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정 회장은 금명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차후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해 6월 학동 참사 직후 현장에서 직접 사과문을 발표한 것과 달리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 12일 광주 참사 현장에 내려가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과 사고 수습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후 근본적인 수습대책과 함께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경영진들의 의견을 들으며 숙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경영진도 어떤 방식으로든 회장의 결단 없이는 사태 수습과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정 회장이 취임 23년만에 건설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신중히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의 입장 표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경영진 동반 사퇴 등 결단도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는 중이다.
아울러 건설업계에서는 지난해 광주 학동 참사로 오너가 직접 사과하는 사태가 빚어졌는데도 대형 사고가 재발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안전 관리와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962년생인 정 회장은 지난 198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부친인 고(故)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지난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다만 정 회장은 건설 CEO보다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더 왕성히 활동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지난 2013년 제52대 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3선'에 성공하며 9년째 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