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타설 계약한 A사 대신 장비 임대업체 B사가 타설
경찰, 하청업체 3곳 압수수색… 현장소장 등 관련자 조사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진행된 신축 아파트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편법적인 재하도급 형태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광주붕괴참사가 편법 재하도급이라는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불어온 인재(人災)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16일 경찰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의 붕괴 원인으로 콘크리트 부실시공(양생 기간 부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은 전문건설업체인 A사가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맺었다. 붕괴 당시 8명의 작업자가 타설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A사가 아닌 장비 임대사업자인 B사의 직원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B사는 레미콘으로 반입된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올려주는 장비(펌프카)를 갖춘 회사로 A사에 장비를 빌려주는 임대 계약을 맺은 곳이다.
원칙적으로는 B사가 장비를 이용해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옮겨주면 타설은 골조 계약을 맺은 A사가 직접 해야 한다. 그러나 콘크리트 운반과 함께 콘크리트 타설까지 일괄로 B사에 맡겨지면서 B사의 직원들이 이른바 ‘대리 시공’을 했다.
법률 관계상 불법 재하도급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재하도급의 구조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재하도급 행태는 부실시공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며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관행처럼 이뤄져 온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타설 직종은 펌프카에서 인력을 수급해서 쓰는 이런 관행들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예 처음부터 타설 회사가 제곱미터당 단가를 정해 펌프카 회사에 일괄적으로 맡기고, 펌프카 회사가 사람을 고용해 타설까지 함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붕괴 사고가 난 현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단 교수는 “A사가 필요한 자재를 임대했더라도 타설 작업까지 일괄적으로 임대 업체에 맡겼다는 것은 불법 재하도급이 명백하다”며 “하청과 재하청으로 내려갈수록 공사비가 깎여나가는 것은 재하도급의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교수는 “하청과 재하청으로 내려갈수록 공사비가 깎여나가는 것은 재하도급의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라며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지난 12일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건설 현장에서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하청 받아 시공한 업체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작업일지와 감리일지, 납품계약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또한 현장소장과 직원, 감리 2명, 타워크레인 기사, 하도급 업체 관계자, 부상자 등을 조사했으며, 이중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과 직원, 감리,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은 출국금지 조치했다.
주요 관련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붕괴 사고 발생 당시 콘크리트 타설 현장에 감리가 입회하지 않고 현장 사무실에 머물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향후 경찰은 아울러 허위 작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향후 해당 일지를 협력(하청) 업체의 작업·장비투입 일지 등과 비교해 진위를 따져볼 예정이다. 관계자 진술과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불법 재하도급 여부를 조사해 추가 입건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경찰은 추가 붕괴에 대한 우려로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압수수색 등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