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공화국'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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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공화국' 천태만상
  • 김윤정 기자
  • 승인 2005.08.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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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에서 성형수술 받고 ‘얼짱’ 변신?

마트에 가서 물건 고르듯 성형수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초등학생부터 80대 할머니까지 '성형중독' 위험수위

20대 중반의 김모씨(여)가 처음 병원을 찾은 것은 작년 가을이었다. 이미 쌍꺼풀 수술을 한 경험이 있는 김씨는 그동안 눈엣가시처럼 거슬렸던 자신의 사각턱을 교정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 겁이 너무 많아서 미뤄왔는데 결혼하기 전에 큰 용기를 내본 것이다.

수술 결과는 상당히 좋았고 회복기간이 지난 후에는 갸름해진 턱선 때문에 훨씬 부드럽고 여성스런 분위기가 난다고 본인도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이같은 성공적인 성형수술에 감동(?)한 김씨는 턱선이 자리를 잡기 무섭게 가슴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성형열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방확대술과 지방흡입, 주름살 수술 중에서 어떤 수술부터 하면 좋겠느냐는 식으로 마치 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르듯 성형수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신세대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외국의 일부 유력 언론들은 이같은 현상을 빗대어 대한민국을ꡐ성형 왕국ꡐ성형 공화국ꡑ 등등의 수식어를 붙일 정도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령의 할머니까지 "예쁘게 해달라"며 성형외과를 찾고 꽃미남을 꿈꾸는 젊은 청년은 물론 나이의 흔적을 지우려는 원로 연예인까지 얼굴과 몸을 시술대에 맡긴다.

얼짱 신드롬 성형붐 확산

신체발부 수지부모가 옛말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최근엔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성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얼짱 신드롬'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확산되면서 성형외과를 찾는 어린이가 크게 늘고 있다.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쌍꺼풀 수술 안한 애들 없단 말이에요."순간의 아픔을 감수하고, 영원히 예쁜 것이 더 낫다고 말하는 13살 진영이.진영이를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기다리는 엄마 마음은 초조하기 그지없다. "진영이 친구들 중에 3명이나 쌍커풀 수술을 했더라고요. 몇 날 몇일을 울고불고 조르는 판에 결국 시키기로 했는데 너무 어린나이라서 걱정이 되네요."

그런가하면, 계속되는 취업 낙방으로 오로지 성형만이 살길이라 말하는 26살의 한 청년은 "토익점수를 올리는 것 보다는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성형 수술을 취업 준비의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형 붐에 따른 부장용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불법 성형으로 인한 피해자들도 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허가 수술을 받았다가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이같은 피해자들이 늘어나면서 성형수술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7월엔 돼지 거죽으로 성형시술을 실습한 뒤 2천여 명에게 불법으로 성형수술을 한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옥탑방에 10여 평짜리 성형시술소를 차려 놓고 2천여 명에게 점 문신 등을 제거하거나 눈썹 문신 등을 시술했다. 성형 열풍이 확산되면서 비전문의 병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무허가 병원은 예뻐지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비도덕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무분별한 성형과 수차례에 걸친 반복된 시술로 이른바, 성형중독에 걸린 이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지금도 병원에는 부작용으로 인한 재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본인 스스로는 중독임을 자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성형에 푹 빠져 살고 있는 것이다.
강남의 모 성형외과에서 만난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김모씨는 평소 작은 눈이 불만이어서 쌍꺼풀 수술을 받고 모자에 마스크까지 하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ꡒ쌍꺼풀 수술을 받았는데 쌍꺼풀이 얇아지고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수술 하려고요.ꡓ 무섭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ꡒ전혀 아프진 않다ꡓ며 ꡒ세번째 수술인데 이번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ꡓ고 말했다.

직장인이라고 밝힌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또 다시 성형을 시작(?)했다. "요즘엔 실리콘으로 시술안하니까 티도 안 나고 참 좋아요. 몇 년전에 실리콘으로 했는데 보형물을 바꾸고 싶다." 김씨는 의사 못지않은 성형 지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성형을 원하는 부위도 이미 눈, 코를 넘어섰다. 대학생인 최모양은 "눈이 작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부모를 설득해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눈이 커지니 코가 안 어울린다"며 코수술을 요구했다. 부모와 의사가 반대했으나 고집을 부려 수술을 했다. 그러나 코뼈가 휘는 등 부작용이 심해 학교도 휴학하고 집에서 요양중이다.젊었을적 가슴 수술을 했다는 한 60대 할머니는 "수술해서 가슴만 안 늙으니 자식들 보기 챙피하다"며 한탄했다. 강남의 모 성형외과 의사는 "요즘은 성형이 문제가 아니라 성형중독이 심각한 문제다. 코 수술만 5회 가량 한 여성이 있는가 하면 병원을 돌아가면서 만족할 때까지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형중독의 문제는 수술을 자주 받는 것이 아니라 무모한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성형수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성형은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외모 콤플렉스를 해결하고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성형수술이 잘되 만족한다면 "한 군데만 더해볼까"라며 중독이 되고 실패하면 얼굴을 망치거나 재수술을 반복해 또 다른 중독환자가 된다. 한국성형의 기술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이다. 그만큼 성형의 수요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성형을 받기 위해 외국에서 한국을 찾는 성형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성형기술을 배우기 위해 무일푼 무보수로 실습을 나온 외국대학생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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