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건설 비리에 ‘사면초가'
경찰, 건설사 등 13곳 압수수색 대전시 건설본부 공무원 뇌물비리 사건으로 대전시청과 건설사들이 줄줄이 압수수색을 받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충남경찰청은 건설 본무 공무원에게 가장 많은 뇌물을 준 것으로 알려진 계룡건설 본사와 삼성중공업건설, 대우건설 등 하청업체를 포함한 13개 건설사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런 가운데 계룡건설의 고위간부가 수사팀에게 선처를 부탁해 물의를 빚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계룡건설의 한 간부가 뇌물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사2계 사무실을 찾아와 “비리사건과 관련해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자 계룡건설에 대한 비난이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 8월 30일 삼성중공업건설이 담당한 대전시지하철 6공구 건설현장과 대우건설이 턴키방식으로 수주한 시 문화예술의전당 공사현장, 동서관통도로 건설현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에 진행됐다.
경찰은 이날 계룡건설 사옥 9층 관리본부와 11층 건축본부, 토목본부 등에서 대전시 발주공사 현황자료와 금전관계 출납부, 컴퓨터 본체 및 디스켓 등 혐의 사실과 관련 있는 일체의 장부와 보고서 등을 압수했다.
또 계룡건설이 수주한 대전시 계백로, 동부순환도로 현장사무소와 I, J건설 등 하청 건설업체 2곳의 사무실, 자동차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해 골프접대 관련 자료 등 박스 20개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또한 각 사무실에서 라면 상자 8개 분량의 각종 회계장부와 예금통장 27개, 그리고 컴퓨터 본체 등을 압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계룡건설은 동부순환도로 공사와 계백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감독완화 명목 등으로 2003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매달 200만원씩 44차례에 걸쳐 8천800만원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대전시 건설 공무원에게 공사편의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지역 계룡건설 현장사무소장 윤모씨 등 2명을 긴급체포하고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어 삼성중공업건설 관계자도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
대기업인 삼성중공업건설은 지난해 4월 대전 서구 둔산동 한 식장에서 턴키 발주 공사 평가시 고득점 등을 청탁하며 1천600만원을 대전시청 공무원 주 모(44, 6급)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주 모씨가 2001년부터 전국 8개 건설업체로부터 공사 편의 부탁 등과 함께 1억3천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국무총리실감사반의 제보를 받고 수사를 벌여 지난 20일 주씨를 구속했다.
경찰조사결과 건설업체 관계자와 공무원은 공사현장 식당이나 사무실, 심지어 대전시청 주차장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대전역 지하철 공사를 맡고 있는 남광토건은 지난 2천1년 7월부터 8월까지 두 달 동안 공사현장 식당에서 공무원을 만난 뒤 차명계좌로 3백만원을 입금시켜줬다.
구속된 주 모씨는 대전시청 지하주차장에서 업무 편의와 함께 인사발령에 따른 전별금 명목으로 5백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계룡건설은 매월 돈을 건넸을 정도로 공무원에게 ‘보험’ 성격의 돈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3년 10월말부터 2005년 7월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2백만원을 공무원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공무원 뇌물비리 사건에 연루된 13개 건설업체 가운데 1천만원 이상을 건넨 업체에 대해서는 구속수사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이들 건설업체별 뇌물 액수는 계룡건설 8천800만원, 삼성중공업건설 1천600만원, 대우건설 1천200만원, 재형토건 골프세트(680만원 상당), 효자건설 500만원, 남광토건 300만원, SK건설 100만원 등 하청업체를 제외한 8개 건설사에 모두 1억4천만원의 뇌물을 공무원에게 뿌린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대전지역 최대의 건설업체인 계룡건설은 계백로확장공사와 동부순환도로공사의 공사편의 등의 명목으로 주모(44.6급)씨에게 준 뇌물은 한차례에 200만원씩 44차례에 걸쳐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충남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로 볼 때 건설업체 차원에서 이번 비리에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전시청에서 압수한 자료의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추가 소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대전시 건설본부 등에서 압수해간 컴퓨터 본체에서 지워진 파일을 복구해 일부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 졌으며 이를 토대로 관련 공무원들을 다음달 초부터 차례로 소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경찰이 이례적으로 대전시청 및 35년 전통의 대전 최대의 건설업체를 압수수색하면서 혐의를 입증하려 의욕을 보이자 뒷말이 무성하다.
네티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기회에 건설관련 공무원과 업자들의 유착 및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데 공감을 표하면서도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수사가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수사가 어디까지 가려나?’”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건설사와 공무원간 뇌물수수 비리를 다 파헤칠 수 있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네티즌‘dms12’는 “대전시나 계룡건설에서 수사에 적극 협조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는 하지만 뇌물수수공무원과 상납건설업자가 스스로 이실직고 할리도 없을 뿐더러 내부고발자가 없는 한 비리의 뿌리까지 뽑아낸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8월 말부터 건설공사 도급 계약이나 시공과 관련, 뇌물을 주고 받은 건설업자에 대해 건설 수주가 최장 1년 까지 제한되는 등 건설 비리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건설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건설사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개정안은 건설공사와 관련해 뇌물을 준 건설업자에 대해 8개월간 영업을 정지시키고 위반 횟수, 동기 등에 따라 2분의 1 범위에서 가중 또는 경감 처벌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뇌물수수로 적발된 건설업자는 최장 1년까지 민간 및 공공 건설 수주를 살 수 없게 된다. 건교부는 이에 앞에 건설공사와 관련, 금품을 수수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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