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남은 원전 조기 폐쇄하던 한수원, 정권 말기 되자 친원전 행보
반기문 초청해 ‘기후변화 위기 대응과 한수원의 역할’ 특강도 열어
원전의 세계적 재평가에 해외 원전사업…탈원전 책임 회피 지적도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최일선에서 수행해 온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친원전 행보를 이어가 관심이 쏠린다. 탈원전 정책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소신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대선을 앞두고 탈원전 재고 필요성이 거론되자 잘못을 덮기 위한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원전의 비율을 낮추면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한수원은 정부에 발맞춰 원자력에 힘을 빼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2018년엔 정부가 추진하는 새만금 재생에너지단지 사업에서 수상 태양광 주관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탈원전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수원은 환경부에 “원전은 탄소배출이 매우 적은 초저탄소 전원”이라며 “원전은 탄소중립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완화해주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자료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선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원전 없이 탄소중립 달성은 가능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5년째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이나 전력 수급을 떠나 원자력 생태계만을 따져본다면 한수원 최고경영자로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돼 숨통을 틔웠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14일에는 본사에 반기문 전 총장을 초청해 ‘기후변화 위기 대응과 한수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반 전 총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와 산업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에 원전과 소형모듈형원전(SMR)의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며 “원자력 발전을 책임지는 한수원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고, 정 사장은 소임과 책무를 다하겠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소신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직접 경영한 결과 원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수 있단 것이다. 반면 위법적 탈원전 정책에서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만 해도 약 7900억원이 투입된 만큼 공사가 최종 중단되면 피해 본 기업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서다.
정권이 바뀌면 탈원전 정책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친원전 정책을 주장하고,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계승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실제로 원전에 대한 재평가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불확실성, 화석 연료 가격 급등을 불러오면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전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원전 관련 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수원도 해외 원전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