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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15년간 30여명의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근로자가 금속을 녹이는 대형 용기에 추락해 숨졌다.
2일 오전 5시 40분께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냉연공장에서 근로자 A(57)씨가 공장 내 대형 용기(도금 포트)에 빠졌다. 현대제철 소속 직원(별정직)으로 알려진 A씨는 숨졌다. “근로자 1명이 포트에 떨어졌다”는 취지의 119 신고를 접수한 충남소방본부 구급대원은 현장에서 상황을 수습했다.
그는 도금 포트에 있는 아연 찌꺼기를 제거하는 작업(아연드로스)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현장 주변에 방호막 등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포트 내부 온도는 460도가량까지 치솟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가로 4m·세로 5m 규모의 도금 포트는 철판 등 코팅을 위해 바르는 고체 상태 도금제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 가열하는 데 쓰이는 설비다.
앞서 2018년에도 같은 공정에서 노동자가 빠져 화상을 입는 등 사고가 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에서는 A씨 모습만 보인다”며 “(회사 측)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2017년 12월 20대 근로자가 설비 정기보수를 하던 중 갑자기 작동한 설비에 끼여 숨지는 등 2007년부터 최근까지 30여명이 각종 사고로 숨졌다. 최근에는 지난해 5월 가열로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기도 했다.
잦은 중대 인명사고에 노동부가 지난해 5월 노동자 안전보건 관리실태에 대한 특별감독을 벌였다. 현대제철 측도 설비 출입절차 강화와 일상적인 점검체계를 1인 근무에서 2인 1조로 개선하겠다는 등 대책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날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현대제철은 원인 파악과 함께 재발 방지대책 수립 등을 위해 관계 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깊은 애도를 드린다”며 “회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후속 수습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 12월 현대제철은 안전 확보를 위해 1200억원을 투자하고 전담 인력을 50명 늘리기로 했다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