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직업과 생활환경 요인으로 도시 이주 희망 비율이 높은 농어촌 청년 가구에는 ‘일자리 확충’과 ‘생활환경 개선’이, 의료기관 접근성이 취약한 노인 1인 가구에는 ‘의료보건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농어업인의 복지 증진과 농어촌지역개발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국 농어촌 4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2021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는 5년 주기로 이뤄지며, 1년 차인 2018년은 종합조사, 2~5년 차(2019~2022년)는 부문별 조사로 진행되고 있다.
2021년에는 보건의료, 사회안전망, 복지서비스, 생활 전반(매년 조사)에 대한 심층 조사가 진행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고령화, 지방소멸 위기가 가중되는 여건 속에서 주요 정책 대상인 만 39세 이하의 청년 가구와 증가하고 있는 만 65세 이상의 노인 1인 가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보건의료와 관련해서는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3.1%)보다 ‘병(의)원’ 등 민간의료기관(96.9%)을 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가구의 17.4%, 노인 1인 가구 48.7%가 공공의료기관을 이용했으며, 이용 목적은 청년 가구의 경우 건강검진, 노인 1인 가구는 예방접종이 가장 많았다.
의료기관까지는 주로 자가용(57.8%)으로 이동했으며, 소요 시간은 편도 25.8분으로 5년 전보다 2.2분 늘어났다. 청년 가구는 자가용(74.0%)으로 이동했으며 19.4분이 소요됐고, 노인 1인 가구는 대중교통(59.5%)을 이용했으며 33.3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치료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치료비 부담(29.9%)을 꼽았다. 청년 가구는 치료비 부담(16.4%)보다는 적합한 의료기관 찾기가 어렵다(26.0%)고 답했으며, 소아청소년과 요구가 가장 높았다. 노인 1인 가구는 치료비 부담(37.6%)과 함께 의료기관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점(22.7%)을 꼽았고 내과, 정형외과 요구가 높았다.
노인 1인 가구의 경우, 의료기관까지의 이동시간이 길고 응급실 30분 이내 도착 비율도 낮아 의료기관 접근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약지역의 동거가족이 없는 노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보건의료서비스의 확대 등 의료기관 접근성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가입률은 모두 5년 전 대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 가입률은 95.7%, 국민연금 가입률은 71.8%로 5년 전보다 각각 1.5%P, 7.3%P 증가했으며, 국민연금 수급률은 26.4%에서 30.6%로 늘었다. 청년 가구의 국민건강보험 가입률은 99.9%로 직장 가입자(66.8%)가 지역가입자(33.1%)보다 많았고, 노인 1인 가구는 가입률 89.2%로 자녀 등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62.0%)가 가장 많았다.
농어촌지역은 고령화율이 높아 국민연금 가입 등 노후 대비가 필요하나 전체 가구 중 28.2%가 가입하지 않아 지속적인 홍보와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어가만 가입하는 농업인 보험 가입률은 증가하는 추세로, 청년 가구 가입률은 농작물 재해보험 65.2%, 농기계 종합보험 51.0%, 농지연금 25.5%, 농업인 안전 보험 14.2%였으며, 노인 1인 가구 가입률은 각각 16.9%, 15.4%, 1.9%였고, 농지연금 가입자는 없었다.
농업인 보험 가입이 증가 추세나 절대적 가입 수준(4~32%)은 낮은 편으로, 여성농업인‧농업근로자의 농업인 안전 재해 보장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농가 특성에 맞는 상품 개발 등 다양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노인복지시설 만족도 높으나, 코로나19 등으로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시설 이용률은 노인복지시설(17.3%), 아동‧청소년시설(16.4%), 영‧유아시설(14.8%), 기타시설(11.5%), 장애인시설(5.0%)로 낮은 편이나, 이에 비해 만족도는 노인복지시설 72.7점, 영유아복지시설 72.2점 등 높은 편이었다.
낮은 복지시설 이용률과 비교해 만족도는 모든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나 이용률 저해 요인 파악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가구의 복지시설 이용은 월 1회 미만(50.9%)으로 영‧유아시설(37.2%), 아동‧청소년시설(25.3%)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노인 1인 가구는 월 5회 이상(35.4%) 노인복지시설(39.1%), 지역복지시설(15.2%)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 동안 복지시설을 이용하지 않은 주요 이유로는 바빠서(30.8%) 다음으로 코로나19로 시설을 운영하지 않아서(25.5%)와 이용시설 부재(16.7%)가 높아 시설 운영의 정상화와 복지시설의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5년 내 이주 의사가 있다는 가구는 10.2%로, 그중 청년 가구(23.9%)는 직업(52.7%) 관련으로 이주를 희망했으며, 노인 1인 가구(1.6%)는 주택(61.3%) 관련이 많았다.
특히 청년 가구는 조사 가구 중 ‘현재 삶에 대한 행복감(62.7점)’은 가장 높았으나 농어촌생활 종합만족도는 가장 낮았으며(51.6점), 직업과 생활환경 요인으로 도시 이주를 희망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를 통해 교통․편의시설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창업과 채용 지원 등 농어촌지역 일자리 확충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는 국무총리 소속의 ‘삶의질향상위원회’에 안건으로 보고돼, 농어촌 주민의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의 근거로 활용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김상남 원장은 “이번 조사로 농어촌 주민들의 사회안전망 관련 수치가 상승했으며, 보건의료와 복지서비스 부문에서 개선이 필요한 과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청년 가구, 노인 1인 가구처럼 주민별로 맞춤형 정책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복지실태 변화를 계속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