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의 문제 직원 문제로 떠넘기고
직원의 가성비 중시로 경력자들 떠나
[매일일보 유현희 기자]
기업이 젊다는 건 강점일까.
젊은 조직은 활력있고 결정이 빠른 장점이 있다. 그러나 조직원들의 경험은 일천하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하는 셈이다.
A라는 기업이 있다. A기업은 젊다. 조직원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에 불과하다. 업력은 20년 남짓이다. 그러나 설립 초기부터 오너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A기업이 젊어진 이유는 경쟁력으로 보기 어렵다.
회사 설립 초창기 오너는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영업을 강화하며 지금의 A기업을 일궜다. 설립 당시 대기업 출신 오너와 창립멤버들은 분명 경쟁력이 있었다. 40대 오너와 3040이 주를 이루는 A기업은 단기간 성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설립 후 5년여만에 창립멤버가 하나둘 회사를 등졌다. 오너와의 갈등이 이유였다. 결국 20년이 지난 지금 B사장 곁엔 남은 가신은 두 명이 전부다. 직원 50여명 중 가신 두 명을 제외한 이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3년이 채 안 된다.
B사장은 대기업에서 최연소 임원에 발탁되는 등 누구보다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자연히 그를 따르는 직원들이 늘었고 든든한 지원군들과 함께 창업했다.
초창기 그는 자신을 비롯한 창립멤버들의 연봉을 기존 대기업 근무 당시 대비 10% 삭감했다. 초기 비용을 줄여 유보금을 확보해 회사의 재정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창립멤버들도 B사장의 의견을 따랐다. 그러나 창립멤버들은 회사에 유보금이 쌓이고 이익이 늘어가지만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 이어지지 않자 불만을 갖게 됐다. 하나둘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직원들이 그 자리를 채웠지만 회사의 성장은 계속됐다. 설립 10년까지 임직원들이 바뀌었지만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성장에 정체가 이어진 것은 설립 10년 이후다. 떠나는 직원을 잡는 대신 그 자리를 좀더 낮은 연차에 낮은 직급의 직원으로 채웠다. 고정비가 줄어드니 이익률은 커졌다. 경력을 채우고 2~3년만에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는 이들도 늘었다. 그때마다 B사장의 선택은 한결 같았다. 과장이 떠난 자리에 대리를, 부장이 떠난 자리에 과장급을 채우고 고정비를 줄이는데 집중했다.
술자리에서 그가 “사원일 때 하던 일을 과장이 돼서도 똑같이 하는데 굳이 직급 높은 사람을 고용하느니 가성비 높은 직원을 채용하는 게 회사의 이익”이라던 말을 꺼낸 적이 있다. 그는 표리부동한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실천하지 않았는가.
회사가 정체되자 그는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린다. 요즘 친구들은 근성이 부족하단다. 그가 이야기하는 근성이 궁금했다. 그의 답변은 가관이다. 참을성이 부족하고 돈 몇 푼에 회사를 쉽게 떠나고 업무가 밀렸는데 칼퇴근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란다. 얼마 전에는 연봉 500만원에 이직을 한 직원도 있단다.
A회사 출신 직원의 이야기는 그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오너의 비전 제시보다 비용절감이 우선이고 직원 복지는 최하 수준에 열정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오래 다니기 힘든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연봉 500만 원을 더 받기로 하고 떠났다는 직원은 사실 연봉 동결이어도 채용만 결정되면 회사를 떠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떠나는 회사에 애정을 갖고 충언을 하는 것은 어렵다. 내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B사장에게 조금이나마 동료애를 갖고 있는 이라면 적어도 한 마디의 충고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모든 문제는 당신에게서 시작됐다고. 사람에게 가성비를 적용하는 당신이의 오너십이 문제라고.”
A기업의 젊음은 경쟁력이 아닌 오너의 독단이 만들어낸 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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