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육종으로 기후변화 대응·자급률 향상, 품종개발 기간 단축… 세계 3대 유명학술지 등재
[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겨울 맥류를 1년에 4~5회 재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육종 기술이 개발돼, 고품질 국산 밀 품종 개발 연구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9년 국내 밀 품종을 이용해 ‘저온처리(춘화처리) 이용 겨울 맥류 세대 촉진 기술’(이하 저온처리 이용 세대 촉진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데 이어,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영국 리즈대학교와 협력해 밀·보리의 다양한 유전자원에 공통으로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식물학 분야 세계 3대 유명 학술지인 ‘분자 식물(Molecular Plant) (IF 21.949)’ 6월 24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봄에 씨를 뿌리는 춘파 맥류의 세대촉진 방법은 지난 2018년 호주에서 개발됐다. 하지만 22시간 조명으로 낮의 길이를 길게 하는 이 방법에는 저온처리가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우리나라 밀 품종 및 계통(총 60종)에 이 방법을 적용해 실험한 결과, 10종만 이삭이 빨리 나오고 나머지 50종은 생육이 촉진되지 않아 실제 품종개발 현장에서는 활용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저온처리를 통해 봄·가을 재배형에 상관없이 다양한 자원을 세대 촉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이번에 개발된 ‘저온처리 이용 세대 촉진 기술’은 밀·보리를 종자 상태부터 잎이 2~3개 나올 때까지 4주간 저온(8~10도)·22시간 조명(장일) 처리해, 가을 씨뿌림(추파) 맥류의 겨울철 저온 요구도를 충족시킴으로써 이삭이 빨리 나오게 하는 기술이다.
기존 노지에서의 육종 방법으로는 가을 씨뿌림 맥류를 1년에 1회 재배할 수 있어 새로운 품종개발에 13년 정도가 걸린다. 반면 ‘저온처리 이용 세대촉진 기술’을 이용하면 봄·가을 씨뿌림 맥류 모두 씨를 뿌린 뒤 약 55~60일 만에 이삭이 나오고 88일 만에 수확할 수 있어, 1년에 4~5회 가량 재배할 수 있다. 또한 계통육성에 드는 기간이 기존보다 6년 줄어, 새로운 품종개발 기간이 7년으로 단축된다.
국립식량과학원은 2022년 문을 연 밀연구동에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제어가 가능한 세대촉진실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글루텐 특성이 우수한 빵용 밀, 아밀로스 함량을 낮춰 식감을 개선한 면용 밀 등 용도별 품종을 개발해 품질이 우수한 신품종을 신속하게 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논이용작물과 오기원 과장은 “우리나라는 전체 맥류 재배면적의 95% 이상에서 가을 재배를 한다”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면 안정성 높은 고품질 가을 씨뿌림 품종을 신속히 개발할 수 있고,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밀 자급률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