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형석 기자] 원유(原乳)가 인상으로 유업계가 한 달 이상 숨고르기를 한 뒤 잇따라 관련 제품을 인상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물가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특히 빙그레는 간판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를 흰 우유보다 높은 인상률을 책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흰 우유보다 2.5배 더 인상…소비자 부담 커 “인상 못하면 매일 5000억 손해 발생해”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30일 하나로마트와 흰 우유 인상을 리터당 220원으로 합의한 이후 동원F&B도 지난 12일 흰 우유인 ‘데니쉬 더 건강한 우유(900㎖)’를 9.4% 인상했다.매일유업은 지난 24일부터 흰 우유 가격을 220원 인상했다. 남양유업은 26일부터 같은 금액을 인상하고 한국야쿠르트는 다음달 1일부터 흰 우유를 200원 올릴 계획이다.빙그레도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원유 비중 86%)’와 ‘요플레(원유 비중 70%)’, ‘참 맛좋은 우유를 대형마트에서는 26일, 편의점에서는 다음달 1일부터 각각 8.3%, 8.0%, 7.3% 올릴 계획이다.하지만 소비자들은 빙그레 흰 우유 1000㎖는 170원 오른 반면 바나나맛 우유는 용량이 240㎖ 임에도 불구하고 100원이 인상돼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는 바나나맛 우유를 1000㎖ 계산하면 인상 가격은 흰 우유 인상분에 2.4배가 넘는 416원이며 바나나맛 우유는 원유 비중이 86%에 불과해 원유 비중이 높은 흰 우유보다 2.5배 이상 인상됐다고 주장했다.이에 업계 일부에서는 이상저온과 긴 장마로 아이스크림 실적부진으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233억) 지난해보다 35% 감소한 빙그레가 인기 상품인 바나나맛 우유 인상률을 높이고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흰 우유는 인상 금액을 낮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바나나맛 우유의 지난해 매출은 약 15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흰 우유 매출은 700억원가량으로 바나나맛 우유에 절반 수준이다.또한 빙그레는 지난 2011년 11월 원유 가격이 18.5%로 인상됐음에도 흰 우유는 9.1%(약 197원), 바나나맛 우유는 8.6%(100원), 요플레는 6.2%(약 33원)만 인상돼 올해보다 원유가 인상률이 높았음에도 제품 인상률은 비슷하거나 더 올렸다.이에 빙그레는 2년 전보다 원유가 인상률 대비 올해 가격 인상이 더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8월부터 현재까지 매일 5000만원가량 손해를 봤다며 위의 논란이 과장된 면이 있다는 입장이다.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 우유 등 가공유 및 유제품 인상률이 높은 이유는 2년 동안 인상하지 않은 원유 이외에 재료비와 인건비 등의 상승요인 때문”이라며 “흰 우유는 서민 밀접 제품으로 인상을 최대한 억제했다”고 말했다.또한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손실보전 의혹에 대해서는 “하반기 경영계획상 있던 부분”이라고 해명했다.하지만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106원 오른데 반해 흰 우유 가격은 170~220원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이 증가했는데 가공유나 유제품 등은 이보다 더 올린다는 것은 기업이 고객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