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IRA에 ‘반사이익’ 기대감 나왔지만…
IRA 보조금 지급 광물·소재 조건 충족 난항
광물·소재 다변화 단기적 해결 어려워 ‘고심’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통과를 두고 셈법이 분주한 상황이다. 노골적인 중국 배터리 산업 견제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면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소재 비중 조건을 맞추는 것이 녹록치 않으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은 IRA 통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 중에 있다.
IRA는 당초 중국 배터리 업계 성장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에 ‘호재로’ 인식됐다. 실제 IRA에 담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을 살펴보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원자재 비중이 40% 이상인 배터리이거나 북미에서 생산한 부품(소재) 비중이 50% 이상 배터리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미에서 생산하는 부품(소재) 비중이 50%가 넘는 조건은 사실상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됐다.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에서 중국 배터리 업계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도 실제 IRA의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미에서 생산한 부품(소재) 비중이 50% 이상 배터리여야 한다는 조건도 만족시키는 것이 녹록치 않다. 배터리 4대 소재와 관련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음극제(85.3%)와 반제품(78.2%), 양극재(72.5%), 분리막(54.8%) 등의 중국 의존도는 절반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전구체의 90% 이상은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된 조건 만족은 더 쉽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주요 배터리 광물 산지로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는 광물자원이 풍부하지만 미국과 FTA협정이 맺어져 있지 않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미국과 FTA를 맺은 광물 보유국가에 배터리 업계의 수요가 집중될 경우 광물 가격의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배터리 업계에게는 원가 상승에 의한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IRA의 새로운 배터리 광물, 소재 보조금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다변화가 절실히다”며 “광물 소재 다변화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IRA의 득실은 좀 더 따져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