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지난 7일 오후 단독 회담이 의제 합의 도출은커녕, 노 대통령이 제안한 ´민생경제´ ´초당 내각´도 일거에 거부당했다. 정치권에서는 합의 도출에 실패한 노 대통령의 다음 수순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와 관련, "노대통령이 `합의된 것 없지만 할말을 한 회담`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특히 이날 회담은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제안한 ´대연정´이 박 대표에게 ‘보기 좋게 딱지’를 맞은 것이어서 청와대 참모진들은 ‘후속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에 발목을 잡히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와 회담에 앞서 수석보좌관들이 올린 ‘참고자료’들을 일일이 직접 손질하면서 회담에 대비했었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담 결렬로 노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 결과, 연정과 선거제도 개편 제안이 단호하게 거부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메아리 없는 연정을 계속 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희상 의장 "연정 기본정신 바뀌지 않을 것"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연정의 기본 정신인 지역구도 타파와 상생, 대화, 타협의 정치문화 업그레이드는 변할 수 없다"면서 "그 자체는 선(善)으로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문 의장은 "연정이라는 말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라면서 "그것은 적절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이에 따라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의 '폭탄발언'이 결국 '내각제 개헌'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노 대통령은 대연정과 관련, '통째 권력이양'에 이어 '2선후퇴, 임기단축' 과 '프랑스식 동거정부' '한나라당에 총리임명권'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일치'는 등 '권력구조개편'에 대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내각제에 대한 의견이 없다"고 즉답을 회피하고 있지만 노대통령은 이미 내각제 나라들인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와 독일의 슈뢰더 총리가 부럽다는 말을 연거푸했고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까지 언급했었다.또한 연정론과 관계없이 정치권은 조기 레임덕 등의 이유를 들어 내년 지방선거 이후 개헌논의를 하자고 밝혀왔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당시 민병두 기획위원장이 가장 먼저 개헌론에 불을 지폈었고 이후 이인영, 이은영 의원 등도 조기 개헌논의를 주장했지만 당지도부는 "조기개헌논의 불가" "지방선거 이후 논의"입장을 고수했었다. 이인영 의원은 지난 7월 자신의 홈페이지 글을 올려 "최근 연정 논의를 바라보며 뭔가 2% 부족한 문제의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개헌논의는 불가피하다"며 "내각제는 우리사회에서 지역구도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었다.다시말해 대통령 4년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개헌을 주장한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도 대연정은 무시하더라도 개헌논의에 대해서는 이슈선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연정카드는 이미 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노 대통령의 ‘다음 수’를 ‘개헌안 발의, 대통령직 사퇴’로 예상했다. 맹 의장은 ‘한국정치발전과 한나라당 집권비전 구상 제3부’를 통해 ‘예정된 파국(정기국회 파행)→당적이탈→최후통첩→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국회부결, 대통령직 사퇴선언→조기선거, 새로운 정부’순인 6단계의 ‘연정정국’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맹 의장은 “대연정론은 한나라당의 수용을 전제로 던진 카드가 아니고 정국반전용으로 던진 것도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은 고도의 정치적 수순을 가지고 승부를 거는 스타일로 경천동지할 대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맹 의장은 “그 중심에 현 집권층과 그 추종세력의 지속적인 정치권력 장악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노 대통령은 정치권 ‘빅뱅’을 달성하고자 대통령만이 구사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인 개헌안 발의와 대통령직 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안(헌법 제41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및 면책특권 축소(제44, 45조) ▲국가에 의한 중대범죄 공소시효 폐지(제13조) ▲친일재산환수를 위한 근거(제23조)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정정국’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시간을 4개월 정도로 예상한 뒤 “우리는 지금 언제 터질지 모를 핵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며 “그것도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지방선거 이전에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도 한나라당 홈페이지 ‘한나라칼럼’을 통해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개헌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 집권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계속 제안하는 이유는 개헌을 위한 3분의 2 의석 확보를 위해서”라며 노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내각제 개헌 ▲정·부통령제 도입을 통한 지역짝짓기 ▲4년 중임제 도입을 이루려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렇게 되면 노 대통령이 자기 임기를 1년 이상 단축하고 사퇴하더라도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대결단을 내린 것으로 미화되면서 다시 장기 집권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헌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개혁개헌’이라는 이름아래 연방제통일헌법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우선 헌법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영토조항을 바꾸는 것으로 이 문제는 자유민주 일방안에 대한 중대한 수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지역감정 극복이라는 명분을 들고 나서면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바꾸려 한다. 중대선거구제를 가장 선호한다”며 “현행 소선거구제가 무너지면 한나라당은 경상도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상당한 의석을 뺏길 것이지만 호남에서는 거의 의석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2선후퇴와 임기단축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새로운 정치 문화와 새로운 시대´는 단순히 선거제도 개편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과 같은 근본적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중앙언론사 논설 책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각제 개헌´과 관련된 질문에 "내각제 문제는 오늘 대답을 피하겠다. 왜냐하면 이것은 잘못하면 정국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리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대목은 주목할 만 하다. 그동안 연정론을 내각제 개헌과 연계시키는 시각에 대해 청와대측은 단호히 "아니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치권의 큰 판은 다시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