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유 있는 가격 인상은 비난의 대상 아니다
상태바
[데스크 칼럼] 이유 있는 가격 인상은 비난의 대상 아니다
  • 유현희 기자
  • 승인 2022.09.06 15:2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햄버거는 더 이상 저렴한 한 끼가 아니다. 라면으로 한 끼를 떼우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 글로벌 식량 가격이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하다 여름을 지나며 안정세에 돌입했지만 식품 외식 기업들이 체감하는 원재료 가격엔 큰 변화가 없다. 소맥, 옥수수 등 주요 식량의 국제 가격은 하락안정세를 보이지만 환율 인상으로 실제 식량을 수입해 가공하는 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매월 6%를 전후한 수준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더 심각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4%나 올랐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5%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먹거리의 가격 인상 폭이 컸던 셈이다. 식품 외식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커졌다.
식품 기업 관계자는 “밀가루와 콩, 유지류의 국제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지만 혹시 가격이 하락할까 구매를 미루다 적정 구입시기를 놓치거나 국제 가격이 하락했지만 환율이 올라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구매를 해야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한다. 소비자들은 식품 외식 기업의 가격에 민감하다. 티셔츠 한 장 가격이 1000원 오르는 것보다 과자 한봉의 가격이 100원 오르는 것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식품 외식 기업들은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해도 즉각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자칫 소비자의 비난과 불신이 이어질까 우려해서다. 이렇다보니 시장의 추이를 살펴보고 경쟁사의 동향을 주시하는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누군가 먼저 가격을 올린 후 가격 인상을 발표하는 경우도 많다.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무모한 선택이 이들에겐 익숙하다. 실제로 식품 외식기업들은 연초 이미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것이 부담스러워 추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수개월을 보냈다. 그러나 분기 실적이 적자로 치닫거나 실적이 급감하자 3분기 들어 또 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햄버거와 라면, 치킨 등이 대표적이다. 치킨의 경우 반값치킨의 등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사용하는 튀김유의 가격은 전년대비 2배 가량 올랐다. 햄버거 역시 패티와 채소, 번의 가격 인상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 업계에서는 좀 더 빠른 가격 인상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소비자의 가격 저항 부담으로 적자 직전까지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농심은 2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자 라면 가격을 11.3% 인상했다. 일각에서는 삼양식품과 오뚜기가 아직까지 가격을 인상하지 않자 농심의 경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오뚜기의 경우 라면의 매출 비중이 농심만큼 높지 않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탓에 가격 인상을 늦출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오뚜기와 삼양식품 역시 라면 부문에서의 원가 부담이 높아진만큼 조만간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원가 인상은 당연한 가격 인상 요인이다. 인상 요인이 없을 때 가격을 올리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기업의 존폐를 위협받으면서도 가격 인상에 눈치를 보는 식품 외식 기업들의 행보는 안타깝다. ‘가성비’라는 키워드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이에 합당한 가치를 누리는 것이 ‘호구’로 인식되는 듯하다. 가격 인상을 미루다 기업이 위기에 빠진다면 오히려 먹거리 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 식품 외식 기업이 ‘폭리’가 아닌 ‘생존’을 위한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마저 비난해서는 안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2-09-07 11:45:23
나중에 탕수육에 대해서 다뤄주면 좋겠습니다. 탕수욕도 가격 거품 심하게 낀 음식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