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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국이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노인국가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진 결과 앞으로 50년 뒤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고령이 될 때 한국은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고령이 돼 전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2070년 세계 인구가 103억 명으로 올해 79억7,000만 명 대비 약 29%인 23억3,000만 명이나 늘어날 동안 이미 2020년에 ‘인구정점’을 지난 한국은 총인구가 2022년 5,200만 명에서 3,800만 명으로 오히려 27%인 1,400만 명이나 줄어든다는 정부 전망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을 보면 2070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전체의 46.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의 17.5%보다 28.9%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세계 인구에서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9.8%에서 20.1%로 10.3%포인트 늘어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평균의 약 3배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2070년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전 세계 236개국 중 가장 높게 된다. 그야말로 인구는 줄고 노인만 늘어가는 대한민국의 늙은 미래가 염려된다.
조사대상 246개국 중 2070년 고령인구 비중 1위는 한국이다.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확히 가운데 위치한 한국의 중위연령은 62.2세로 높아진다. 세계 중위연령보다 23.4세 더 많은 그야말로 노인국가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에서 2018년 0명대(0.98명)로 주저앉은 이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올해는 0.77명으로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5명까지 떨어져 꾸준히 하락추세를 보여주듯 저출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대수명은 2020년 기준 83.5세로 세계 평균 72세보다 무려 11.5세나 높듯 계속 늘면서 전 인구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4.1세이고, 2040년에는 87.4세, 2070년에는 91.2세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할 수 있는 연령대 인구의 감소에 대한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구성비는 올해 71.0%에서 2070년 46.1%로 24.9%포인트 낮아진다. 현재 3,692만 명인 생산연령인구는 해마다 40만 명씩 줄어 2070년에는 절반도 안 되는 1,752만 명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가파른 고령화로 2070년에는 한국이 노년부양비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인 인구에 대한 한 사회의 부양 비용 정도를 나타내는 ‘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의 비율로 계산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24.6명으로 전 세계에서 56위인데, 2070년에는 100.6명으로 약 50년 사이 4배가량 높아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지금은 돈을 벌어 세금을 내는 젊은이 네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는 데 앞으로는 젊은이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오롯이 책임져야 할 정도로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3년 0%대에 진입하고, 2047년부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이런 추세라면 2030년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저출산 실태는 전 세계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 1명 미만은 한국뿐이며,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은 1.59명으로 우리나라는 이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치며, 0명대를 기록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은 지난해 총인구가 1949년 집계 이후 처음 줄면서 인구절벽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력이 감소하고 수요 기반이 줄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각종 복지지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재정 여력은 더욱 미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고령화 추세에 대한 경고와 그 대응 정책은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시행되어왔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3차례의 기본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총 380조2,000억 원 규모의 예산과 3,038개의 정책과제를 쏟아부었음에도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0명대로 떨어졌고,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출산율 제고에 진력해야 함은 물론 고령화 추세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대응책을 마련하는 쪽에도 무게를 두어야 할 때이다. 이제는 국가의 활력을 유지하고 역동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우선 국가 재정의 지속성 유지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면밀하게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ㆍ국민연금 등 재정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행 65세인 노인 기준은 7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생산연령인구 기준도 현실적으로 바꿔야 한다. 산업구조는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해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또 생산인구 비중 감소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노인들이 소비의 주체가 되는 ‘실버산업’ 육성에 가일층 속도를 내야 함은 물론, 청년 일자리를 창출을 병행하여 정년 연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유도해야 한다. 더불어 이민정책의 방향도 전환하여 이민청을 신설하고 해외 고급 인력에 이민 문호를 확대·개방하고 젊은 이민자를 통한 노동력 확충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일자리와 보건, 주거, 환경, 교육, 복지 등 전 분야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