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정책법' 찬성 17표·반대 5표로 통과
5조8000억 군비지원·주요 非나토 동맹국 대우 골자
주미 중국대사관 "하나의 중국 원칙 총체적 훼손"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대만정책법'을 의결하고 본회의로 넘겼다. 이에 대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백악관도 물밑에서 법안의 일부 내용 수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법안이 원안대로 상·하원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또 통과한다고 해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위는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의 법안에 대한 우려와 베이징의 법안에 대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대만정책법'을 찬성 17표 대 반대 5표로 통과시켰다.
대만정책법은 지난 6월 민주당 소속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의 주도로 발의됐다.
법안은 대만을 미국의 비(非)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향후 4년간 45억 달러(약 5조 8000억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또 대만을 적대시하거나 대만에 위협을 초래할 경우 국가주석을 포함해 중국 관리를 제재하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
법안을 지지한 의원들은 이 법안이 1979년 대만 관계법 이후 미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구조 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메넨데스 의원은 회의에서 "미국은 중국과 전쟁이나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직면한 상황에 대해 명확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짐 리쉬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는 "만약 우리가 대만에 싸울 기회를 주고자 한다면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 법안은 대만을 사실상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이 1979년 중국과 국교 수립 후 지켜온 '하나의 중국' 정책과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의 군사 개입 관련 '전략적 모호성'도 사실상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백악관은 법안이 통과되면 대만 문제에 대한 정책 결정권이 의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일부 법안 내용에 대한 수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행정부 내 입법 담당자들이 의회와 법안에 대해 논의 과정에 있다"면서 "그것은 (의회에서) 제안된 법안이기 때문에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의원은 회의에서 "미국의 대만 정책이 수정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상원 본회의 표결 전에 법안을 수정에 대해 메넨데스 의원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샤오비킴 주미 대만 대사는 이날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특정 제재에 대해 백악관과 논의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통합 억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법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보낸 성명에서 "대만정책법안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총체적으로 훼손하고 미국의 대중 정책을 바꿀 것"이라면서 "법이 통과되면 중미 관계를 뒤집을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것이기 때문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법안이 발의됐을 때도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동을 한다면 "단호한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