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부담 가중…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 상승 전환
여전채 금리 10년 만에 5% 목전…카드론 금리도 ‘꿈틀’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저축은행과 카드사에서 대출금리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해석된다. 현재 2금융권이 금리 인상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대출 재원 마련을 위한 조달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전체 이용고객 중 중·저신용자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데, 가계 빚 부담이 늘면서 대출 문턱도 높아질 것이란 우려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권의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 7월 기준 연 14.72%로 집계됐다. 저축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연 15.10%) 이후 4개월 연속 떨어지다가 지난 5월(연 14.7%) 상승 전환했다. 이후 6월(연 14.56%) 잠깐 주춤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저축은행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배경은 조달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예·적금 등 수신을 통해 대출 재원을 마련한다. 그런데 잇따른 금리 인상 여파에 저축은행권수신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3.67%로 작년 12월 2.37%에서 무려 1.3%포인트(p) 뛰었다.
저축은행들이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시중은행과 경쟁적으로 예·적금 인상에 뛰어든 점도 조달비용 상승에 한몫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금 조달 원가뿐만 아니라 예금보험료율도 은행의 다섯 배 수준으로 높아 대출금리 상승 요인이 적지 않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급전 창구인 카드사의 ‘카드론’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1일 기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4.973%로 집계됐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 초 2012년 4월 2일(4.02%)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 4%대에 진입한 지 약 3개월 만에 연 5%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전채 역시 카드사의 주요한 조달 수단이다. 카드사들은 대출 영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 그만큼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출 금리도 올라간다. 카드론 금리가 올라가면 그만큼 카드사가 취급할 수 있는 금리대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장기CP 발행 등 자금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계속된 시장금리 상승에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크다.
조달 비용이 가중되면서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인 조정금리(우대금리+특별할인금리) 변화도 뚜렷하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가 카드론에 적용하는 조정금리는 지난 4월 1.87%p에서 5월 1.74%p로 떨어졌다. 감소세는 이어져 6월 조정금리 평균은 1.71%p, 7월엔 1.66%p까지 감소했다. 조정금리가 떨어지면 카드론 금리는 상승한다.
카드사들이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대출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카드론 대출 문턱도 더 높아지고 있다.
카드론 이용현황을 보면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 차주에 해당하는 대출 금리 연 10% 미만 구간 비율은 올 1월 11.37%에서 5.62%p 올라 지난달 16.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출 금리 연 18% 이상 저신용 차주 비율은 22.13%에서 17.65%로 4.48%p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2금융권에서 대출금리 상승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중·저신용자 가계 빚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