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점진적 금리인상' 철회 불가피…내년까지 긴축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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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점진적 금리인상' 철회 불가피…내년까지 긴축 지속 전망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9.1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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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이달 자이언트스텝 확실시...'1%p 인상' 전망도
자본유출 우려 더 커진다...금통위원들 "긴축 강화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전망인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전망인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과 7월에 이어 이달 또다시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미 금리가 한번에 1%포인트 오르는 ‘울트라 스텝’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통화정책의 열쇠를 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우선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1400원 돌파를 목전에 둔 원·달러 환율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진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1800조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금리 인상의 고삐를 당기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2.50%로, 미국 기준금리(2.25∼2.50%)와 상단이 같다. 시장의 예상대로 연준이 이달 자이언트 스텝만 밟아도 한·미 금리차는 0.75%포인트, 울트라 스텝을 단행하면 1%포인트로 벌어진다.  한은이 지금까지 밝혀온 ‘점진적 인상 기조’에 따라 0.25%포인트씩 두 번 연속 추가 인상에 나선다고 해도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달하지만,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최소 0.75%포인트 올리는 것은 물론, 향후 몇 달간 큰 폭의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미 연준이 0.75%포인트∼1%포인트의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도 커졌다.  올해 10월, 11월 두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6연속 금리 인상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현 경제 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당분간 0.25%포인트씩 올리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말했다.
다만 점진적 금리인상 카드로 대응하기엔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간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 등이 우려된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물가가 올라 소비자 물가를 더욱 끌어올리게 된다. 원자재·중간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기업의 수익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인플레이션 충격에 전 세계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수준인 1400원 목전까지 치솟았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1400원 돌파는 이제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高)환율 국면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 또다시 금융위기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 1997년 ‘자율변동 환율제’ 도입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1997~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단 두 차례 뿐이다. 일례로 금융위기 당시에는 위기가 발생한 뒤 금융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에 환율이 뛰었는데, 지금은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환율이 위기 수준인 1400원 턱 밑까지 치솟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시장에서도 한은이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철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1%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국내 물가 정점이 지연되는 등 예상 경로를 벗어날 경우엔 당장 10월에 열릴 금통위에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말 미국의 정책금리가 높아져 한·미 금리격차가 크게 벌어질 경우 원화 가치가 평가절하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 역시 내년 긴축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내년에도 금리인상이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위원은 "내년에도 통화정책의 긴축정도를 높여가되,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향후 국내외 경제흐름의 변화를 보면서 유연하게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올해 말까지 남은 두 차례의 회의에서도 지금 예상치 못하는 큰 변화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인상기조를 이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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