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원자재값 대응 어려운 환경서 둔화된 수출 개선이 무역적자 해법
삼성・LG・현대차, 수출환율효과 높은 대미 공략…정부도 수출지원 강화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무역수지 흑자개선을 위해 산업계가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 원자재값 상승 부담으로 파생된 적자는 그 배경인 전쟁이나 환율 등에 대한 직접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신 유리해진 조건인 수출환율효과를 극대화해 경영난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9월까지 무역적자가 6개월째 지속된 상황은 기존 원자재값 상승 부담에 IT수요 둔화로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등 전방 수출도 둔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역대급으로 치솟아 달러 대비 수출 가격경쟁력이 제고된 효과는 감지된다.
지난달 수출에서도 미국시장에 대한 실적은 개선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높았던 미국시장을 바탕으로 그동안 호실적을 거둬오다 이 시장이 침체되며 하락세를 겪었다. 이제 다시 원달러 환율효과로 미국 시장을 재공략할 여지가 생겼다. 지난달 대미 수출은 고가의 전기차 판매 호조가 두드러졌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4.6%나 성장했다. 수출이 둔화된 반도체도 미국시장에 대해서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와 단가 하락에도 불구 기저효과에 따라 15.5% 성장했다. 그밖에 이차전지도 57.7%나 성장해 역대 9월 중 1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생산이 가속화되고 배터리 가격이 상승한 데 기인한 실적이다.
특히 자동차는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법) 피해가 우려되고는 있지만 단기적으로 수출에서 원달러환율 상승효과를 누리는 호황이 전개 중이다. 지난 8월 미국향 수출액이 66.8%나 증가한데 이어 9월에도 주요 수출시장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그 속에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실적을 기준으로 미국시장내 양사 점유율은 10.7%로 전년 동기간 10%보다 커졌다. 이 기간 양사는 미국 시장 내 12만7113대의 친환경차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83.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순수전기차만 4만3923대를 판매해 256.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향 전기 및 수소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출액을 합산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112.1%) 증가했다.
이런 미국 시장의 호조는 상대적으로 중국 등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이 부진해 한층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중국에 대한 수출은 성장세 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에너지 수급차질 등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 중인 유럽향 수출도 감소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장기화 등 여파로 대CIS 수출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인플레이션발 불안정성이 계속되는 대중남미 등에 대한 수출도 감소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강도 긴축정책을 주도하고 있지만 전기차 생산·판매 확대 영향으로 자동차·이차전지·차부품 등의 수출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정부도 이런 무역환경을 고려해 수출에 대한 총력지원을 약속했다.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단기 수출 실적을 높이는 게 주효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무역지표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6개월 연속으로 발생한 무역적자, 6월 이후 수출 증가 둔화세 등의 상황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라며 “민관합동으로 수출활성화와 무역수지 개선을 총력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9월14일부터 가동한 수출현장지원단과 10월6일 예정된 수출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수출에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현장애로를 조속히 점검·해소할 계획이다. 또 10월 중 국무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를 개최해 시장·공급망·중소기업 등의 무역 리스크 요인을 적극 관리·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겨울철 에너지 수급 대비를 철저히 하면서도 에너지 수요절감·효율제고를 통해 올해 무역적자의 주된 요인인 에너지 수입 수요 관리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관 합동 에너지 수급 비상대책반을 운영 중이며 지난달 1일 1차회의를 개최했다.
정부는 이밖에도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의 고도화, 바이오·이차전지·프리미엄 소비재 등 수출 유망산업 육성, 방산·원전·플랜트 등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의 조기성과 창출 등의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