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국감] ‘은행 군기잡기’…5대 시중은행장 줄줄이 증인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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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국감] ‘은행 군기잡기’…5대 시중은행장 줄줄이 증인 채택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2.10.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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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횡령 사고 등 질의 예정…론스타도 핵심 쟁점
증인만 달라지고 사실상 ‘갑질 국감’ 여전 지적도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갑질 국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4일 국회 각 상임위 복도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국감 준비로 분주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갑질 국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4일 국회 각 상임위 복도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국감 준비로 분주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4일부터 열린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기업인 국감’이 아닌 ‘금융인 국감’으로 연출되는 분위기다. 정치권은 매년 반복되는 기업인 망신주기 국감을 지양하는 차원에서 기업 총수들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5대 은행장과 론스타 사태 관련인들이 대거 출석한다. 은행장들은 오는 11일 금융감독원 국감에 출석해 최근 불거진 횡령 사고 등에 대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증인만 달라지고 사실상 정치권의 ‘갑질 국감’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상반기 금융권 횡령액 750억원…5대 은행장 증인 출석 대기

올해 상반기 금융권 횡령액이 750억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에 5대 은행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줄줄이 출석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은 오는 11일 국회 정무위 금감원 국감에 모조리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을 국감 증인으로 대거 소환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국감 이후 5년 만이다. 보통 은행장 대신 그 밑에 임원이 대신 나오는 일이 다반사였으나 최근 굵직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만큼 은행장이 나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은 국감 기간에 맞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 출장 일정을 잡아 국감 증인 출석을 피했다. 과거 은행장들이 여러 이유로 국감에 불참한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무거운 만큼 은행장들이 회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은행 등 금융권에서 총 28건의 횡령이 발생했다. 횡령 액수는 74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억원의 12배가 넘는다. 최근 은행에서 논란이 된 이상 외환거래 송금도 다뤄진다. 금감원에 따르면 의심 외환거래 규모는 10조원대로 불어났다. 최근 금감원이 국내 12개 은행에서 파악한 외환송금 의심사례는 72조2000만 달러로, 원화로 10조3000억원 수준이다.은행별로 신한은행이 23억6000만 달러, 우리은행 16억2000만 달러, 하나은행 10억8000만 달러, KB국민은행 7억5000만 달러 등 순으로 많았다. 가장 많이 송금된 지역은 홍콩으로 거래 규모는 51억7000만 달러(71.8%)에 달했다.

◇수천억 혈세 낭비 ‘론스타 사태’…김승유 前하나금융지주 회장 출석

‘론스타 사태’ 역시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 사태가 10년만에 결론이 난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와 수천억원의 혈세 낭비로 이어지는 것은 변함없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현 정부의 경제수장들이 론스타 사태와 직간접적인 연결돼 있는만큼 이에 대해 정확히 따져묻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오는 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엔김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됐다. 김승유 전 회장은 2010년 외환은행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장본인이다. 김갑유 변호사는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으로 우리나라 정부를 대표해 론스타와의 소송을 맡아왔다. 아울러 김건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등을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론스타 사태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론스타 사태’란 2003년 외환은행을 사들인 사모펀드 론스타가 이를 2010년 하나금융지주에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해 낮은 가격으로 외환은행을 팔아야 했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소송을 청구한 사안을 말한다. 앞서 지난 8월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는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와 이에 대한 이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안한다 해놓고…” 기업인 망신주기 ‘여전’ 지적도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이 지도부 차원에서 ‘기업 총수 호출 자제’를 요청했지만 CEO를 국감장에 앉히고 현안과 관련해 질타하려는 여야 정치권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달 26일 “‘습관성 호출’ ‘망신 주기용 증인 채택’은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증인 신청 과정에서 여야간 대립도 심화하고 있다. 여당은 최근 고물가 및 고금리와 코로나19 장기화로 내수 소비가 타격을 입으며 기업들이 생존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 만큼 과도한 기업인 국감장 부르기는 자제하자고 요구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인들에 대한 국정감사는 “성역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 요청은 불공정한 거래와 관련된 사건들을 들여다보면서 기업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여당에서 기업인들을 부르지 말자는 것은 기업 봐주기로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의 운영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는 해결하고 상대적 경제적 약자들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 기업 관계자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닌, 일단 부르고보자는 식의 구태의연한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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