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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국경제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의 ‘트리플(Triple) 상승’에 더하여 증시 하락과 6개월 연속 무역적자라는 경제 위기 쓰나미가 밀어닥치면서 국내 기업과 가계들이 버티기조차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그야말로 폭풍권에 내몰린 위기의 한국경제가 위태롭게 헐떡이며 숨넘어가는 소리만 힘겹다.
우선 급한 불이 고환율이다. ‘킹 달러(King dollar │ 달러 초강세)의 폭격’으로 인한 원화 약세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해 지난 6월엔 1,300원을 넘어섰고, 지난달인 9월엔 1,400원대로 올라섰다. 조만간 1,500원대마저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10월 1일 매매기준율 원·달러 환율은 1,441원까지 치솟다 10월 5일 매매기준율 원·달러 환율은 1,424원이다.
다음은 천정부지로 매섭게 치솟은 고물가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5일 발표한 ‘2022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6%에서 2월 3.7%,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 등 오름세를 보이다 8월 들어 상승률이 다소 둔화하면서 7개월 만에 5.7%로 상승세가 꺾여 5%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5.6%로 고공행진 중이다.
또한, 지속적인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고금리 문제다. 경기침체를 무릅쓰고라도 8%대 물가 상승세부터 꺾어야 한다고 판단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9월 21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큰 폭으로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의 거인 스텝을 올해 들어서 세 번씩이나 걸음으로써 미국 기준금리를 3.00% ∼ 3.25%로 무려 14년 8개월 만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이는 미국의 고물가를 벗어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현행 한국의 기준금리 2.50%보다 0.50% ∼ 0.75%포인트나 높아져 한·미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이어졌다.
한편, 증권시장의 하락도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기준금리를 3.00% ∼ 3.25%로 올리는‘초긴축 펀치’로 촉발된 전 세계의 금리 인상과 ‘킹 달러(King dollar │ 달러 초강세) 의 폭격’으로 경기침체의 암운이 국내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고점에서 이미 40% 가까이 미끄러진 코스피(KOSPI)는 오는 4분기 2,000선도 위태롭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KOSPI) 지수는 전날 2,200선을 탈환한 데 이어 10월 5일 0.26% 오른 2215.2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KOSDAQ) 지수도 전장보다 11.45포인트(1.64%) 내린 685.34에 마쳤다. 코스닥은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에 하락했다. 외국인이 2,689억 원, 기관이 562억 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은 3,263억 원을 순매수했다
게다가 6개월 연속 무역수지에 적자 비상등이 지속해서 켜지고 있는 것도 충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0월 1일 발표한 ‘2022년 9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인 9월 무역수지는 37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이상 연속된 무역적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벌써 288억7,600만 달러로 불어나 300억 달러에 육박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로 1996년 기록한 역대 최대 적자인 206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1% 급증한 179억6,000만 달러였다. 수입은 2월 한 달만 빼고 매달 600억 달러를 웃돌아 월평균 25%씩 늘어나고 있다. 수출이 한 자릿수 증가세에 그친 데 반하여 고공행진 하는 에너지 가격 등으로 수입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한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석유화학 철강 등도 부진해 수출은 2.8%밖에 안 늘었는데,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입이 18.6%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2일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에서 연간 무역적자가 480억 달러(약 69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480억 달러는 무역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2,000만 달러의 약 2.3배에 달한다. 무역적자가 불어나면 경상수지도 적자에 빠질 우려가 커진다. 대외여건 악화에 경상수지 흑자 폭은 줄어들고 있고, 지난 7월 상품수지는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기업 역외실적과 금융·서비스를 포함한 경상수지가 곧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렇듯 현재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당시의 고환율, 금융위기 당시의 고금리에 더해 고유가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정부·가계·기업부채, 코로나19 충격 등 회복하기 힘든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 봉착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기조가 본격화하고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 이대로라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음을 명찰하고 적극적이고 실행력 있는 대비책을 서둘러 강구해 나가야만 한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외환보유액과 대외자산이 상당한 규모로 준비돼있으며 단기외채 비율도 높지 않아 위기 상황이 닥치더라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듯 보인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8년 3월 외환보유액이 2,642억 달러의 2배 가까운 4,364억 달러에 이르지만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당시 외환보유액 2,642억 달러가 불과 8개월 만에 637억 달러나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은 참담했던 비극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작금의 전방위적 위기 조짐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한정돼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만큼 좋지 않은 대외여건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언제든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대내외적 악재가 산적해 있는 현실을 팽팽한 긴장을 갖고 매의 눈으로 직시해야만 한다. 이런 현실과 괴리된 진단은 위기를 극복할 정부의 전략과 의지를 의심케 해 시장의 불안만 키우게 된다. 주요 산업 등 부문에서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가계 모두 당장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해소해 가는 대응 조치에 일말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만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