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국내 미술 시장이 단군 이래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국화랑협회에서 주최하는 아트페어 키아프가 세계 3대 아트페어로도 불리우는 프리즈와 함께 열렸고 국내외 VIP들과 역대급 규모의 방문객들이 행사에 함께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매년 발표하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로 10여년간 5000억원을 넘지 못하던 연간 미술품 거래액이 2021년에 9000억원을 갱신했고, 이러한 급성장의 주역은 미술계의 큰손으로 새롭게 자리잡고 있는 MZ세대다. 전통적으로 미술 작품을 구매하던 50, 60대 컬렉터 외에도 젊은 사업가와 전문직, 금융업 종사자와 인플루언서까지 20~40대 젊은 미술품 애호가들이 미술 시장의 새로운 큰 손으로 등장하고 있어 한국 미술 시장의 약진은 향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를 꿈꾸는 국내 신진 작가들의 현실은 어떨까. 2021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밝힌 미술인의 예술활동 개인 수입은 487만원으로, 3년 전보다 41% 감소했다. 예술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도 4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가들의 작품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 예술 활동을 통해 1년에 2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만들어내고 있는 작가는 전체의 0.3%에 불과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예술인은 2019년 6만8000명에서 2022년 10월 기준 15만명을 돌파해 3년 사이에 국내에서 활동하는 신진 작가들은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미술시장은 핑크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반면 시작하는 젊은 작가들이 체감하는 현실의 벽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미술 시장의 근본적인 구조에 있다. 총 거래량이 많지 않은 미술품 판매 시장에서 작품이 판매되었을 때 수수료를 수취하는 갤러리나 경매사, 아트 딜러는 한 명의 컬렉터와 한 번의 거래를 한다면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할 수 밖에 없다. 미술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고 있거나 시장에서 판매가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신진 작가는 아직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낯선 작가임과 동시에 기성의 룰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아직은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신진작가들을 육성하는 것이 현재 부흥하는 미술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
신진 작가가 생존하고 자리잡기 위해서는 작가 스스로의 다각적인 관점의 시도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는 작품을 판매하는 작가도 있지만 공연 예술적 관점으로 퍼포먼스 실연을 통해 공연비를 받는 작가도, SNS를 통해 한 명의 크리에이터로써 대중을 상대로 팬덤을 구축해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을 받아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도 존재한다.
국가 정책적으로도 지난 9월,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시행하면서 예술인에 대한 범위도 확장됐다. 더많은 예술가들을 포용하는 기조를 취하고 있고 신생 스타트업을 위시한 여러 기업과 재단들도 더 많은 작가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위상이 공고해지고 시장의 양적 성장도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작하는 작가들에게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새로운 시도와 작가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 기업들의 노력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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