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기조에 ‘안전자산’ 선호 커진 영향
금리상승에 예·적금 5% 목전…수신 유입 더 늘 듯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해 들어 시중은행 예·적금으로 120조원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중앙은행의 가파른 긴축 기조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811조754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인 690조여억원과 비교하면 10개월도 되지 않아 120조원이 넘는 돈이 은행으로 몰렸다.
특히 기준금리 연속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예금(수신)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지난달에만 은행권 정기예금으로 33조원 가까운 시중 자금이 몰려들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000억원으로 8월 말보다 36조4000억원 늘었다.
이 중 정기예금이 32조5000억원이나 급증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에서는 3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자금이 정기예금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분을 수신 상품에 즉시 반영해 고금리 상품이 확산한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유동자금이 정기 예·적금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한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분을 예금금리에 빠르게 반영하는 영향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황영웅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정기예금 증가 배경에 대해 “수신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와 기업 자금의 유입, 규제 비율(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높이기 위한 은행권 자금 유치 노력 등이 겹쳐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금리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예·적금 5%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은행 예금금리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 3%대 초반이었으나 최근 최고 연 4.65%까지 뛰었다. 우리은행의 비대면 전용 정기예금인 ‘원(WON)플러스 예금’ 1년제 금리가 연 4.65%로 가장 높고,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1년제 금리도 각각 4.60%, 4.50%까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