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빌린 돈 가계대출 추월 눈앞…치솟는 금리에 '부실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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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빌린 돈 가계대출 추월 눈앞…치솟는 금리에 '부실뇌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0.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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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기업대출 695조 육박...가계빚 규모 넘어서
금리도 가계대출 역전...한계기업 속출에 줄도산 우려
가계대출 추월이 임박한 기업대출이 부실 뇌관으로 부상 중이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기업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추월이 임박한 기업대출이 부실 뇌관으로 부상 중이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기업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이 두 번째 '빅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악조건 속에서 기업대출이 부실뇌관으로 부상 중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끌어올리면서 늘어나는 이자부담에 한숨을 쉬는 곳은 비단 '가계'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회사채 금리 급등으로 인해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며 버텨온 기업들도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대출 잔액이 이달 중 가계대출 규모를 넘어설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약 69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약 695조1000억원)과 불과 2000억원 차이뿐이다. 올해 들어 기업대출은 월평균 6조원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대로라면 10월에는 기업대출 규모가 가계대출을 넘어설 거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업 부진을 겪은 상인들과 운영자금이 모자라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을 제한 정책에 대응해 기업대출로 눈길을 돌려 영업 경쟁에 나서며 이같은 현상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기업대출이 수요가 늘어나며 덩달아 기업대출 금리마저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8월 신규취급액 기준 4.65%로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4.34%)를 앞섰다. 작년 9월부터 최근까지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했던 은행들이 기업대출 경쟁을 치열하게 하면서 중기 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았었는데 이런 추세가 끝난 것이다. 대기업 대출금리(4.23%)마저 주담대 금리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기업대출 규모와 금리가 동시에 뛰자 부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무역적자가 6개월 연속 지속되고 원자재를 포함한 물가는 진정될 기미가 없는 데다 내년 성장률까지 하향 조정 되는 시점에서 기업들의 상황은 점점 나빠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전날 빅스텝을 단행한 데다, 11월 금통위에서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과 물가상승에 따른 기업대출 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이자비용은 13조5000억원 증가하고 매출액순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해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전날 한은의 금리인상 결정 직후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금융권에 기준금리 인상 폭 이상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9.6%가 고금리 리스크 대응방안이 전혀 없거나 불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기준금리가 3%로 인상될 경우 한계 소상공인은 124만2751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앙회는 "실제로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장기화에 이어 원자잿값 급등과 대출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달 5대 시중은행의 기업부채 잔액이 가계부채 잔액 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현재와 같은 복합 경제위기에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권도 기준금리 인상폭 이상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과 관련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한계기업 수는 총 2823개사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283개사 대비 23.7% 늘었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한계기업 수는 중견 및 대기업이 같은 기간 389개사에서 449개사로 15.4%, 중소기업은 1891개사에서 2372개사로 25.4% 늘어, 중소기업 내 한계기업의 증가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규모가 매우 커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을 얘기할 때 가계부채를 주로 이야기하지만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은 기업부문이 더 클 수도 있다"며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부문 건전성 저하는 오히려 기업대출 부실화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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