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까지 호실적 행진에도 성장률 갈수록 둔화
순이자마진 축소·부채리스크 등 건전성도 '경고등'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올해 3분기 실적잔치를 예고한 금융지주들이 표정이 마냥 밝지 않다. 가계대출 증가와 금리 인상에 힘입어 매 분기 최대 이익을 내왔고, 3분기도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어서다.
4대금융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9조1545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낸데 이어 3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5598억원으로 11%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8조9662억원 '역대 최대' 실적에 이어 호실적을 이어가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는 금융권의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지주 순이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이 4분기부터 실적 둔화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 금융지주 순이익의 70~80%를 떠받쳐온 은행 실적은 4분기부터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원가성 수신인 요구불예금 등이 3분기에만 20조원 이상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이어가는 데다 예·적금 등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조달비용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예대금리차 인하 영향이 본격화되며 NIM 상승폭은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우려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내 남은 두 번의 통화정책회의에서 한국은행은 각각 0.50%p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어, 고원가성 예금으로의 자금유입은 지속될 것"이라며 "3분기 은행 NIM은 상승할 것이나 그폭은 둔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나, 환율 변동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건전성관리 등에서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4대 금융지주들의 합산 순이익이 4조원을 넘겼지만 은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감독 당국의 예대금리차 감시에 따라 이자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평균 5~8bp(1bp=0.01%p) 수준이었던 금융지주들의 순이자마진(NIM) 상승폭은 3분기에 1~3bp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에도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자본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대출이 크게 늘고 시중금리와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자본건전성이 하락하는 만큼 금융지주는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4대 금융지주는 2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자본건전성 지표는 하락했다. 6월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단순 평균치는 3월 말과 비교해 약 0.3%포인트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이 늘면 자본 항목인 이익잉여금이 늘어나 BIS비율도 오르는 경향을 보이지만 정 반대의 결과가 발생했다.
3분기에도 금융지주의 BIS비율이 하락이 예상되는 이유는 중소기업 대출 급증과 금리·환율 상승 등의 요인 때문이다. 2분기 BIS비율이 하락한 것도 이러한 요인이 작동한 결과였다. 3분기에도 중소기업 대출은 계속 크게 늘었다. 금리·환율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강화의 영향으로 더 크게 상승했다.
올해 금융지주는 가계대출 규모가 계속 줄자 대출자산의 성장을 중소기업을 비롯한 기업대출로 꾀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 대출은 다른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아 규모가 늘어날수록 BIS비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중금리도 3분기에 계속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지주가 보유한 채권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자본 감소를 불러와 BIS비율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낸다. 시중금리의 대표적인 지표인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9월 말 기준 4.186%으로 6월 말(3.55%) 대비 약 0.6%포인트 크게 올랐다. 2분기에 3.7%까지 오른 금리는 8월 3% 초반까지 하락하는 등 진정세를 보였지만 다시 급등했다.
3분기에 BIS비율이 또 하락하면 금융지주는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연이어 진행하고, 분기·중간배당을 정례화하는 등 주주가치 극대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올해 결산배당도 최대한 규모를 늘리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