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KLA·램리서치·AMAT, 탈중국 나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 단계적 축소 가능성 점쳐져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미중갈등 심화와 미국의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 규제로 인해 기업들의 탈중국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KLA와 램 리서치는 중국의 국영 반도체 생산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파견했던 기술자와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KLA는 앞서 미국의 수출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중국 기반 고객사들에 대한 제품 공급 및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 1위의 미국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도 주요 인력의 탈중국을 진행하고 있다. AMAT는 지난 7월 직원들에 출국 준비를 통보한 데 이어 국경절 이후 중국을 떠나라고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상무부는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미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엔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근본적인 기술이 마당 안에 있게 해야 하며 담장은 높게 해서 전략적인 경쟁자들이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약화하는 데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상무부와 협의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장비를 1년 동안 별도 허가 없이 공급받을 수 있게 됐으나 1년 뒤에도 미국 정부가 국내 기업에 건별 허가 면제 조치를 계속 적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점진적 중국 사업 축소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운영하던 공장은 계속 줄어 현재 시안 반도체 공장과 쑤저우 가전 공장, 반도체 후공정 공장만이 남았다. 2017년까지 3만명대 중반을 유지하던 삼성전자의 중국 임직원 수는 현재 2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해외 시장조사기관들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이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 조치는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자회사 솔리다임)의 다롄 낸드 공장의 마이그레이션(새로운 운영체제로 변화)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D램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는 향후 10년 동안 자국 생산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중국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