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중소기업계가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위기에 인력난까지 겹쳐 요동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계는 3고 위기와 직면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고환율 기조에 원자재를 가공하는 납품기업들이 시름하고 있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늘어난 빚도 골칫거리다.
고질적인 인력난까지 심화되는 추세다. 젊은 인력들의 지원이 대기업으로 쏠리면서, 중소기업에 인력 유입이 더욱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내일채움공제 등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예산도 감소했다. 인력난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지원에 불구하고 여전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 직원들과의 급여 차이를 메꿔주는 정책이 존재함에 불구하고 일자리 양극화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3고 위기로 고정비까지 증가해 인력난 해소는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정부에서 시행된 노동정책도 중소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중소기업계는 현재 경제 상태가 위태로운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7~20일 시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65%는 최근 경제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76.6%)’, ‘금융비용‧이자 부담 증가(13.5%)’ 등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해 수입단가가 치솟자 업종별로 저마다 고통을 호소한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한 뒤 국내 시장에 가공‧판매하는 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한 원자재 수입 중소기업 관계자는 “원자재를 수입한 뒤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를 가진 업체들은 고정비 문제로 인력 확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가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끝을 모르고 오르는 원자재 가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정부의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300인 미만 기업의 미충원 인원은 16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3% 증가했다. 반면, 300인 이상 기업 미충원 인원은 1만2000만명 수준으로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미충원 인원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대비 충원하지 못한 수를 뜻한다.
이러한 현상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로 발생했다. 통계청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조사결과(2020년 기준)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529만원인 반면 중소기업 월평균 소득은 259만원에 그쳤다. 유럽, 일본 등보다 격차가 더욱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외국인 쿼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통상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일반 직장인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노동시간의 감소로 급여가 줄어든 일부 중소기업 재직자들에게는 악재다. 현재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올해 말 종료된다. 중소기업계는 해당 제도가 일몰되면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외국인 쿼터도 난제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외국인근로자 활용 기업 792개사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65%가 신규 도입 쿼터를 연 4만명에서 5만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겠다는 의미다. 청년 층의 중소기업 취업 유도가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인력난은 중소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해결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선보여도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등으로 취업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자체적으로도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외국인 근로자 확대를 비롯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