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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 증가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7일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었던 전년 동월 대비 104억9,000만 달러 감소하면서 4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23개월 연속 흑자였던 경상수지는 올해 4월 8,000만 달러 적자를 냈고, 3개월간 흑자를 낸 뒤 다시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섰다. 예전에도 외국인이 배당받아가는 4월에는 적자인 적이 있었다지만 4월이 아닌 달에 적자가 발생한 건 2012년 2월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유가와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어쩌다 한 번 벌어진 일로만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수출이 꺾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경기 둔화, 고(高)환율 등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 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 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통계다. 크게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의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상품수지는 44억5,000만 달러 적자로, 1년 전과 비교해 104억8,000만 달러 줄었다. 상품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격차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무역수지와 연동되는데, 8월 수입이 수출을 크게 웃돌면서 상품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가파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해 올해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인 4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전망이 나온 가운데 올해 4월 24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10월까지 7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10월 20일까지 누계 기준 338억4,3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에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인 ‘쌍둥이 적자’도 현실이 됐다. 무역, 금융, 서비스 등으로 다른 나라와 거래해 벌어들인 돈을 뜻하는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라는 건 경제 전체의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9월에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서고,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제 체질이 급속히 약해지는 데 대한 위기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경상수지는 재정수지와 함께 한 나라의 경제 체력을 보여주는 양대 척도다. 경상수지 적자는 한국이 이후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만큼 국가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두 수지의 동시 적자인 ‘쌍둥이 적자’를 극도로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한국은 나랏빚까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정부 재정은 110조8,000억 원 적자로, 연말이면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정부가 ‘킹 달러(King dollar │ 달러 초강세) 의 폭격’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1,424.50원(10월 26일 매매기준율) 선의 원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내다 팔면서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 달인 9월에만 196억6,000만 달러), 우리 돈 28조 원 정도가 줄었는데, 2008년 10월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급감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자칫 국제 환투기 세력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어 더욱 염려스럽다.
한국은행은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단기외채 비율이 10년 만에 40%를 넘는 등 위험이 적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줄고, 자본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국제유가는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하루 200만 배럴 감산 결정을 하면서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감산에 겨울철 난방 수요까지 겹치면 현재 배럴당 80달러 후반인 국제유가는 11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월부터는 경상수지마저 적자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화하면 필연적으로 우리 경제 최후 방파제인 외환보유액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직 국가 신용등급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줄어든 외환보유액을 다시 채우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7일 공시한 3분기(7∼9월)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6조 원, 10조8,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러한 실적은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55%, 영업이익은 23.4% 감소했고, 전 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3% 증가, 영업이익은 31.73% 감소한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역대 최고 매출 행진을 이어왔으나 2분기에 77조2,000억 원으로 소폭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도 76조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전년 분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더욱이 국제 반도체 가격 하락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체질을 고려할 때,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부진과 고유가가 겹치는 ‘복합위기’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 경고음이 더 가까이서 들려오고 있다는 적신호다. 최근에는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Default │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터지면서 회사채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마저 계획 자금을 다 모으지 못하거나 발행취소사태까지 잇따르고 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위기의식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안정감을 드리려는 당국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유가 상승을 일시적인 반짝 현상으로 보거나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연간으로 보면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는 흑자”라고 밝히는 등 낙관론에 매달리는 사이 한국 경제 취약점을 경고하는 외신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은 전기요금을 올릴 때만 일과성 이벤트로 반짝 강조될 뿐이다. 여행수지가 나빠지는데도 이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찾아볼 수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고“괜찮다”라고만 달랠 게 아니라 사태의 위중함을 국민에게 상세히 알리고 총체적 경제난국 돌파에 동참하도록 유연한 선제 대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