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들에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것을 요청했다.
27일 금융위는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현재까지 저축은행 건전성은 지표상 양호한 것으로 판단하지만, 향후 금리 인상·부동산 가격 하락 등 외부 충격 발생 시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업권 특성상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다중채무자 대상 대출 여부는 저축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이를 고려해 금융위는 저축은행에도 금융기관 5~6곳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해 충당금 요적립률의 30%를 추가 적립하고, 금융기관 7곳 이상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 대출에는 충당금 요적립률의 50%를 추가 적립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저축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자산건전성 분류에 따라 감독 규정상 최저 적립 수준 이상 수준으로 적립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금리 인상,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부실 대출 우려가 커지면서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전 분기보다 3916억원 많은 1조2974억원 적립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손실위험도 가중여신’ 규모는 작년 상반기 말(1조7335억원) 대비 17% 늘어난 2조334억원으로 집계됐다. 손실위험도 가중여신은 각 저축은행의 총여신 중에서 손실 발생이 예상되는 대출이다. 특히 대형 저축은행인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의 손실위험도 가중여신은 올해 상반기 기준 1조595억원으로 작년보다 31% 늘었다.
다른 2금융권에는 대손충당금 추가적힙 규정이 마련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호금융, 카드사 등 다른 업권에 대해서는 이미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충당금 추가적립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에도 나선다. 부동산 관련 업종별 신용공여 산정 시 원리금 상환 의무가 있는 실차주 기준으로 업종을 구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저축은행은 신용공여 총액 대비 부동산 관련 업종 신용공여 한도를 준수해야 하는데, 그간 명목상 차주가 SPC(특수목적법인)인 경우 차주 업종을 금융업 등으로 구분해 부동산 신용공여 한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었다.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지점에 대해서는 영업 구역 내 신용공여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부터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