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레고랜드에 이은 보험사발 자금경색, 서둘러 금융안전망 구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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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레고랜드에 이은 보험사발 자금경색, 서둘러 금융안전망 구축을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2.11.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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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최근 강원도 테마파크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돈맥경화’와 ‘신뢰 위기’가 증권사를 넘어 보험사와 카드사, 캐피털사 등 금융권 전반으로 계속 퍼지고 있다. 이렇듯 레고랜드 발(發) 심각한 자금경색 사태로 인한 국내 채권시장 자금줄이 말라붙는 와중에 외화채권 발행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금융사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적용 시 기본자산(Tier1)으로 잡히기 때문에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전가의 보도’처럼 써왔던 신종자본증권(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매우 긴 영구채) 발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자산 기준 생명보험업계 8위인 흥국생명은 5억 달러(약 7,09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Call option  │ 조기상환)을 행사하지 않기로 연기했다. 15위인 DB생명보험도 300억 원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이긴 하지만 통상 5년 이내 콜옵션 행사로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상환해왔는데 이런 불문율을 깨고 국내 금융사가 외화채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이던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고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자본 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아 금융사들이 즐겨 발행한다. 하지만 쉽게 발행하기 위해 ‘5년 뒤 조기상환 하는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계약을 추가하는데 이를 어기고 각각 조기상환을 6개월 뒤로 미룬 것이다.
조기상환을 보류하면 연 6% 정도의 금리를 지급하면 되지만, 이번에 상환하기 위해 새로 발행하면 돈줄이 마른 고금리 상황이라 금리가 10%가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2분기까지도 채권시장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어려운 상황이 된다. 지난 11월 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보험사 자본성 증권 가운데 내년 조기상환 물량은 4조4,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2조1,000억원이 2분기(4~6월)에 집중돼 있다. 조기 상환을 하려면 새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자금 시장 경색이 내년 1~2분기까지는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높은 금리를 주지 않으면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한국 대형 보험사가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국제 금융시장에 공표한 것이어서, 향후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외화 채권 발행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내년 만기 도래 외화 채권 규모가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249억 달러(약 35조 원)에 이른다. 이런 파장을 막아야 할 금융위원회의 책임있는 역할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보름 이상 수수방관(袖手傍觀)하다 위기만 키운 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 4일 ‘세계경제연구원-우리금융그룹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보험사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로 금융당국의 시장안정 조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의 질문에 “(보험사들이 콜옵션을 행사 여부를 결정할 때) 외부에서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감안해서 해야 하는데, 아마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개별 금융사가 아닌 금융 당국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의 ‘트리플(Triple) 상승’에 더하여 증시 폭락과 7개월 연속 무역적자로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엄중한 상황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이런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서 충분히 막을 수도 있는 ‘금융 사고’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한가한 금융 당국을 보면서 국민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결단코 잊어선 안 된다. 흥국생명이 외화채권의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에 실패하면서 그 충격이 다른 국내 금융사들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도 그렇다. 채권시장에서 한국물(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공시 직전인 10월 말 액면가 99.7달러인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지난 11월 4일 72.2달러를 나타내 무려 27.6%나 급락한 것이다.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의 신종자본증권도 지난 10월 말 83.4달러에서 이달 지난 11월 4일 52.4달러로, 2024년 10월 만기인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같은 기간 87.5달러에서 77.8달러로 각각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내년 8월이 만기인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도 96.6달러에서 88달러(3일 기준)로 가격이 하락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로 한국 채권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신뢰가 약화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위축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보험사와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급락세를 빚고 거래마저 확 줄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투자증권처럼 외화채권 발행계획을 철회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가 250억 달러로 올해보다 20% 이상 많다.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국가부도위험지표(CDS 프리미엄)는 75bp를 넘어섰다.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CDS(Credit default swap │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외신인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1월 4일 연합인포맥스 국가별 CDS 프리미엄(화면번호 2485)에 따르면 지난 11월 3일(현지 시각) 뉴욕시장에서 거래된 5년물 한국 CDS 프리미엄(마킷 기준)은 75.61bp로 전날보다 5.28bp 올랐다. 이는 2016년 2월 12일 78.70bp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연초(21.29bp)와 비교하면 3배 이상 급등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은 계속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기업어음(CP)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91일 물 CP 금리는 지난달 19일 4.02%에서 지난 4일 4.88%로 치솟았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연 5.0%)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돈이 마르면 신규 영업을 줄이고, 보유 자산에서 회수한 돈으로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이미 일부 카드·캐피털사는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줄이고 있다. 보험사들 외에 중·소형 증권사들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매각이나 대규모 인원 감축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정부는 자금경색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금융회사와 공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번 사태로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에 다급해진 금융 당국과 한국은행은 ‘50조 원+알파(α)’ 자금 지원 대책을 포함해 총 100조 원대의 유동성 공급을 지원해 시장을 안정시킬 예정이다. 다음 주부터는 증권업계 자금난 해소를 위해 대형 증권사 9곳이 4500억원을 출자해서 만든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이도 모자라 회사채 등 채권발행 시기를 분산하고 한전도 채권발행 대신 은행에서 2조∼3조 원을 빌린다고 한다. 산업은행 등은 다음 주부터 비우량채와 단기채권도 사들일 계획이다.  이런 땜질식 돈 퍼주기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동족방뇨(凍足放尿)’로 전락할 소지가 없도록 지원은 늘리되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 발(發) 긴축한파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각각 연 4%와 9%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는 우량기업의 흑자도산 사태를 막되 회생 불가능한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서둘러 나서야 함은 물론 규제 완화로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기초체력)’을 키우는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집주(集注)하여 총력 대응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자 고질적 만성질환이다. 우리나라 가계·기업 등 민간 부문의 부채 증가 속도에 2년째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조사 대상 43개국 중 세 번째로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유일한 나라다. 올해 민간 부채가 GDP의 2.2배를 넘어 역대 최대다. 가계부채가 1,869조4000억 원, 2,476조3,000억 원이다. 정부부채도 1,075조7,000억 원에 달해 GDP의 50%가 넘는다. 한 부문만 부채상환 능력을 상실해도 3부문이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부도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최근 5년여 동안 대부업 이용자가 170만 명을 웃돈다. 그동안 무리하게 빚을 내 주택을 마련한 ‘빚투·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폭증할 수밖에 없고, 이들의 파산이 사회문제로 비화할 위험이 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 6일 “정책서민금융을 12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채무조정 지원도 보다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고금리 여파로 한계에 처한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고통을 덜어주되 정교하고 촘촘한 금융안전망 구축으로 신용체계 근간을 뒤흔드는 과도한 도덕적 해이는 경계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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