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한일 외교당국은 24일 도쿄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국장급 협의를 개최했다.
서민정 신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의 상견례 겸 협의를 위해 외무성을 찾았다.
양국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는 지난달 11일 이후 40여 일 만에 열렸다. 이달 21일 여성 최초로 일본과의 관계를 다루는 지역국 국장직에 오른 서 국장은 임명 사흘 만에 일본을 방문했다.
양국은 지난달부터 정상회담, 외교차관 협의 등을 통해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한 만큼 이날 국장급 협의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꼽히는 징용 배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징용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날 협의 뒤 낸 보도자료에서 “양 국장은 지난 9월 뉴욕 및 11월 프놈펜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 간 합의대로 외교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가속하는 차원에서 한일 간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국장은 강제징용 등 현안의 조속한 해결과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앞으로도 각 급에서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 후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징용 피해자 입장과 대법원판결 이행방안,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 등에 대한 의견이 수렴됐고 그것을 토대로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최근 한두 가지로 좁혀진 안을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서 지난 16일 “양국 실무자 간 해법이 어느 정도 한두 개의 해법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기업 대신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부금을 받아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피고 기업의 사죄와 재원 조성 참여 등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일본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협의에서 일본 측은 사죄와 재원 조성 참여에 어느 정도 성의 있는 호응을 취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한국 원고 측 입장과 일본 측 입장, 두 가지 이슈를 같이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움직이고 있다고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우리와 일본이 각자 입장을 맞춰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적 상황이 연계돼 원고 측 및 일본 측과도 얘기해야 하며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짚어야 해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일부에서 연내 (해결방안) 발표 가능성을 말하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기 한일 국장급 협의는 후나코시 국장이 서울을 조속히 방문해 개최하기로 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