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필체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일 년에 한두 번은 가족들에게 손 편지를 쓰려고 노력한다. 부모님 생신이나 결혼기념일에 전달하는 ‘손 편지’는 그 기념일을 더욱 의미 있는 날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서이다. 평소에 말로 전하기 힘들었던 속마음들이 편지를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다. 손 편지 받기가 쉽지 않은 요즘, 작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차가운 키보드를 두드려 쉽게 지우고 쉽게 쓰는 이메일과 달리 펜을 들고 하얀 종이에 꾹꾹 눌러쓴 편지를 보면 누구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손 편지는 화려한 미사여구나 유명한 글귀의 인용 없이도 진심만으로 충분히 멋진 글을 만든다. 글은 말과는 달리 한 번 더 생각해서 작성하기에 ‘손 편지’ 자체로도 상대방에게 더 많은 감동과 힘을 줄 수 있다.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한 최초의 동양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는 음악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에 어머니가 써주신 10장의 ‘손 편지’를 끼고 다니며 힘든 시간들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도 가난과 우울증 때문에 그림을 포기하려 했으나 동생 테오의 편지들 덕분에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879점의 작품을 남겼다.
최근 들어 1980~90년대를 추억하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손 편지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GS25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각종 기념일에 편지지 매출이 최대 91.4%까지 올랐다고 한다. 유명인들도 자신의 진심을 팬들에게 전하고 싶을 때 직접 손 편지 써 SNS를 통해 올리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며 썼을 글자 하나하나에 팬들도 글쓴이의 진심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자로 전하는 표현은 짧고 빠르게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짧은 내용이 너무나 거칠고 투박해서 오해의 소지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감정이 마음을 거치고 손으로 드러날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손 편지에서는 상대에 대한 고마움은 커지고 격양된 감정은 누그러지게 된다. 그것이 바로 손 편지의 힘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과 사람을 대하는 진심이 점점 더 귀해지고 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손 편지 써보는 건 어떨까? 정성이 가득 담긴 ‘손 편지’라면 받은 사람에게 여러분의 사랑과 존경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동까지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