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 도약 위해 전문가 이 전무 영입" 재계, '장기적으론 후계구도, 계열분리와 연관'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39) 호텔신라 전무가 삼성에버랜드로 경영 보폭을 넓힌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전무를 경영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하기로 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 전무는 기존의 호텔신라 경영전략 담당 전무를 겸직하지만 당분간은 새로 맡은 삼성에버랜드 경영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해졌다.삼성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성장이 다소 정체돼 있는 에버랜드가 테마파크를 비롯해 식음료·서비스 분야 등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적임자인 이 전무를 영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실제로 주력인 테마파크 사업의 정체로 인해 2005년 입장객이 865만명을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지난해에는 800만명으로까지 입장객이 감소했다. 이 같은 성장 부진을 타개할 새로운 전략을 세우기 위해 이미 올 초부터 호텔신라와 에버랜드가 사업협력을 논의해왔는데, 단순 협력보다는 아예 전문가인 이 전무를 영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 삼성 측의 얘기다.이 전무는 대원외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삼성복지재단을 거쳐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장으로 입사한 후 경영전략 담당을 맡아 호텔신라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해 회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텔신라는 이 전무가 입사한 다음해 인 2002년 이후 연평균 15%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고, 세전 이익도 새 배 이상 늘어났다.
또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신라면세점 내 샤넬 등 명품 매장 확대 등도 이 전무의 진두지휘 아래 이루어진 굵직한 성과로 알려져 있다. 이 전무는 능력을 인정받아 올 초 인사에서 삼성 가 세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승진하기도 했다.이런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장기적으로 삼성의 후계 구도, 계열분리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높다. 에버랜드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제조업·금융 사업을, 이부진 전무가 외식·레저·호텔 사업을,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섬유·화학 부문을 각각 맡게 되는 구도가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또 삼성에버랜드가 사실상의 지주회사라는 점 때문에 이 전무가 후계구도의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전무가 더욱이 사석에서 “오빠와 경영능력에서 경쟁해보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승부사적 기질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 후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삼성은 이에 대해 “후계구도와 이번 인사를 연관 짓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경계했다. 삼성 한 관계자는 “이재용 전무는 에버랜드 지분 25.1%를 가진 최대주주이고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상무는 각각 8.37%만 보유하고 있다”며 “후계구도나 계열분리 등과 연관 짓기에는 이미 지분 차이가 너무 크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후계와 묶으려는 시각이 충분히 나올 수는 있지만 이번 인사는 그와 전혀 관계가 없다. 에버랜드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사람이 이 전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 뿐이다”고 강조했다.한편 이 전무의 삼성에버랜드 입성으로 삼성 가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이재용 전무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연말 혹은 내년 초에 이뤄질 삼성그룹 정기 인사 때 이재용 전무가 승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